posted by cimple 2009. 7. 8. 22:43

트랜스포머 : 패자의 역습
감독 마이클 베이 (2009 / 미국)
출연 샤이아 라보프, 메간 폭스, 이자벨 루카스, 레인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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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
감독 맥지 (2009 / 독일, 영국, 미국)
출연 크리스찬 베일, 안톤 옐친, 샘 워싱턴, 문 블러드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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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T (Transformers 2 vs Terminator salvation)

좀처럼 영화 볼 수 있는 기회가 없어 영화 갈증에 있다가, 영화 볼 기회가 생겨서 욕심이 났습니다. 그런데 우연히도 조조로 <트랜스포머 2>를 보면 보고 나올 때 쯤에 맞추어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 을 볼 수 있겠더군요. 그래서 하루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연달아 보는 사치(?) 를 누렸습니다.

물론 아침부터 그런 짓을 함께 해줄 사람이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당당히 '영화는 혼자봐야 제맛이지' 다짐하며 영화관으로.
그런데 처음에 트랜스포머 티켓을 끊으려니, 관람료가 오른 것은 알고 있었지만 티켓 발매하시는 분이 14000원이라고 하는 거에요.
어라? 여기 무슨 아이맥스관인가? 당황해하면서 영화관을 하도 오랜만에 왔기에 어버버버... 값을 치르고 티켓을 확인해보니 '2인' ㅡ_ㅡ;;
"저기요 저 혼자왔는데요."
"네? 아, 죄송합니다. 아, 네."
...그렇게 처음부터 확인사살 당했지요. 물론 제가 갔던 곳은 프리머스라 아직 관람료가 인상되지 않았다는 건 다행이었지만서도. 그렇게 위안했습니다. 그렇게;;

이거슨_인증.jyp


공교롭게도 두 영화의 머릿글자를 따 보니 TvT. 테테전이군요. 그렇다고 해서 양쪽 영화의 메카닉들끼리 싸움을 벌여보고자 하는 공상과학대전식의 이야기를 할 것은 아니고, 나름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영화들. 보면서 이런 저런 궁시렁거림이 많이 떠올라서, 글로 옮겨 보았습니다.



일단, 트랜스포머. 뭐야, 너?

제가 분명히 들은 바로는 <트랜스포머2 : 패자의 역습> 은 1편보다는 스토리텔링아 낫다. 작품성이 있다. 그렇게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심 기대했지요. 1편에서는 그 스토리텔링의 단순성이 <디워> 와 함께 엮여서 누가 더 낫네 마네 논쟁이 오갈만큼 정말 눈물나는(!) 전과를 가지고 있었으니, 2편에서는 좀 달라졌구나. 뭔가 이제 흥행성과 작품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나가는 방향으로 트랜스포머 시리즈가 진화해 나가는구나. 그렇게 기대했습니다. 아하. 정말로?

작품성은 무슨;;

 

역시나 스토리는 없습니다. 뭐 있기는 있죠. "로봇종족의 원로이자 디셉티콘의 원조격인 '폴른' 이 태양을 파괴해서 에너지를 얻으려 하므로, 막아라." 이 외에도 이런 저런 곁다리 이야기들이 붙지만 뭐 어쨌든 결론은 열심히 싸워서 지구를 지켜라입니다.

사실 트랜스포머에서 이야기를 가지고 말이 되네, 안되네, 왈가왈부 하는 것 만큼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일도 없겠지요. 스토리 보려고 이 영화 봅니까? 눈과 귀가 즐거우려고 보는 거지. 오히려 관객으로 하여금 이것 저것 생각해야 하는 수고러움을 덜어주며, 또한 이것 저것 생각할 틈 없게 눈과 귀를 빼앗아 버리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자 무기겠죠. (그것도 2시간 30분동안!!! 러닝타임 보고 새어나온 헉! 하는 소리) 영화보기를 CF 보듯 보고싶어하는 현대 관객들 취향에 적합합니다. 짧게 짧게. 개연성은 떨어져도 임팩트있게. 결국 남는 것은 '무언가 화려하고, 시원했다' 라는 임팩트만 있으면 된다는 거겠죠.

헌데 그렇다고는 쳐도, 이 변신 로봇 이야기가 전편부터 없었던 스토리텔링 말고도 이것 저것 많이 없어진 게 많아서, 이제는 그 화려한 첨단 기술력의 싸움구경마저 별반 재미가 없어 보입니다. 저는 그 중에서도 크게 두 가지가 없어진 것 같습니다.



변신 로봇이 없다.

으응? 트랜스포머에 변신로봇이 없다니 무슨 소리냐?

너 영화 안봤냐?



물론 봤죠; 또 물론 변신 로봇들이 있습니다. 오히려 전작보다 훨씬 늘었죠. 디셉티콘 측에도, 오토봇 측에도 새로운 변신로봇들이 대거 추가되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말 그대로 '변신' 을 잘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변신하는 모습이 많이 나오고, 그 횟수나 시간을 전편보다 적다는 비교 자료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이번 <트랜스포머 2> 에서 로봇들은 변신보다는 전투에 주력합니다.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닥치는 대로 부수고, 싸우죠. 너무 과다하다 싶어서 눈이 쫓아가기 피곤한 면도 없지않지만, 어쨌든 좋습니다. 크기도 거대해졌고, 훨씬 박력있어졌지만, 어딘지 모르게 이 친구들이 트랜스포머들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이 문제는 생각보다 저에겐 크게 다가왔습니다. <트랜스포머>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매력은 바로 '호기심' 아닐까요? 어렸을 적 변신 로봇을 가지고 놀던 그 동심의 호기심. 향수. 추억. 이 트럭이 어떻게  로봇이 될까? 이 포크레인이 어떻게 로봇으로 변하지? 그렇게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고, 포크레인으로 모래놀이를 하다가도, 그것들이 척척 로봇으로 변해서 지구를 지키는 용사들로 변했던 기억들. 우리들이 좋아했었던 것은 '로봇' 자체가 아니라, '변신' 이라는 과정을 좋아했었던 것 아니었나요? 우리들이 주위에 흔히 볼 수 있는 탈것들이 사실은 굉장한 변신 로봇일 수도 있겠다는 호기심과 상상력. <트랜스포머> 는 그것을 충족시켜 주었고, 때문에 우리에게 큰 재미를 줄 수 있었습니다.

변신 로봇은 변신을 해야지



영화 내부적으로 봤을 때도 이 '호기심' 의 부재는 안타깝습니다. 더이상 트랜스포머들은 자신의 모습을 숨기지 않습니다. 때문에 자동차로, 비행기로 변신할 필요가 없지요. 단지 이동할 때만 필요할 뿐입니다.(그리고 CG팀의 수고로움을 덜어주기 위해서) 

영화의 메시지와도 관련있을 겁니다. 아니면 그냥 영화에 맞춰서 메시지를 만들었을 수도 있고요. 어쨌든 <트랜스포머> 는 뭔가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교훈적 메시지 또한 관객들이 찾지 못할까봐, 친절하게도 옵티머스 프라임이 영화 끝에 대사로 전달해 줍니다. 1편에서는 '누구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 그 안에 감추어진 힘을 깨달아야 한다' 뭐 대충 이런 것이었고, 2편에서는 '자신의 맡은 임무와, 자기에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최선을 다 해서 수행해야 한다. 그것이 가치로운 삶을 사는 것.' 뭐 대충 이런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1편의 메시지는 변신과 일맥상통하고, 2편의 메시지는 열심히 치고받고 싸우는 것과 일맥상통 하겠지요. 하여간 말이 막걸리라고 끼워 맞추기란...

더이상 트랜스포머의 존재는 남 모르는, 샘과 미카엘라만의 흥미진진한 비밀이 아니라, 대통령도 알고 군인들도 알고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냥 병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명목은 인간과 협력하여 디셉티콘에 대항하는 것이라지만, 왠지 모르게 미군의 특수부대원(?) 으로 전락해버린 듯한 느낌이 강했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트랜스포머의 비밀이 누군가에게 알려질까 전전긍긍할 필요도 없고, 그 비밀을 나만 알고 있다고 혼자 즐거워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싸우는 거 구경만 하면 됩니다.



캐릭터가 없다.

여기서 말하는 캐릭터는 주요 인물 거의 모두를 말합니다. 샤이아 라보프나 메간 폭스도 마찬가지고, 오토봇들도, 디셉티콘들도 개성을 상살해 버렸습니다. 그 독특한 개성을 잃어버린 캐릭터에게서는 더 이상의 강한 매력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영화 보면서 계속 마음에 떠오르는 궁금증은 '얘가 왜이러지?'

그땐 나도 샘과 같이 오마이갓을 외쳤다



1편에서의 그 도도하던 카리스마 넘치던 미카엘라는 2편에서 다른 사람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물론 여전히 남성 관객들의 멱살을 쥐고 흔드는 메간 폭스의 Hot 한 몸매는 그대로였지만;) 

사랑이 사람을 변하게 하는건지 사람이 사랑을 변하게 하는 건지... 는 몰라도, 미카엘라는 남자친구 보고 싶어서 웹캠 앞에서 기다리다 바람맞고, 남자친구 걱정되어 부랴부랴 쫓아오고, 사랑한다는 말 듣고 싶어서 영화 내내 졸라대는 여자아이로 변해 버렸습니다. 뭐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미카엘라답지는 않았다는 거죠.


샘 또한 마찬가지였습니다. 샤이아 라보프가 다른 작품에서(라고 해봤자 이글아이겠지만) 좀더 어른스러워진 모습을 보여서 그런지 몰라도, 이제 아이 티를 완전히 벗었습니다. 영화 중간에 자기 스스로 힘없는 보통 '아이'라고 하는데 좀 낯간지럽더군요.

<트랜스포머> 에서 샤이아 라보프의 매력은 역시나 그 찌질함 아니었을까요. 보통 헐리우드 영웅들의 공식을 깬, 얼빵하고 겁많은 보통 소년 샘 윗위키는 대학 가더니 이미지 변신을 합니다. 다른 여자애가 달려들어도 초연하게 대처하고(!) 방 친구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거대한 디셉티콘에 맞서 겁먹지도 않고 용감히 나서서 싸우는 모습이 진짜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더군요.

특히나 미카엘라를 여전히 많이 사랑하는 것 같기는 한데 왜 굳이 '사랑한다' 는 말은 못하겠다는 건지... 네가 언제부터 'I Love You' 한마디 쑥쓰러워서 못할 정도로 마초 스타일이었니? 응? 너희들이 <사랑과 영혼> 패트릭 스웨이지와 데미 무어냐? 하긴 그러고 보니 그때 패트릭 스웨이지 이름도 '샘' 이었구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뭐 그렇게 힘들다고? 이 짧은 인생에서 말이야. 그렇죠?

동감.



캐릭터가 없어진 것은 트랜스포머들 쪽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좀더 심하다고 볼 수도 있겠군요. 일단 대사를 하는 트랜스포머들이 몇 되지 않습니다. (제 생각에는 괜히 로봇들에게 페이셜 애니메이션(facial animation)을 넣은 것이 한몫 단단히 한다고 생각합니다. 입벌려서 말하려면 입모양이랑 싱크 맞춰야 하니까 이래저래 작업량이 엄청 늘어나죠) 좌우지간 그래서 우리의 정겨운 로봇 친구들을 하나 하나 반갑게 맞이해야지 하는 벅찬 기대감이 있었던 저로서는 김빠지는 일이었습니다.

특히 샘을 지켜주는 수호신 범블비. 범블비 또한 1편에서는 시크한 매력이 일품이었던 멋쟁이 트랜스포머 아니었던가요? 그런데 <트랜스포머 2 : 패자의 역습> 에 등장하는 범블비는 그런 쿨한 매력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샘의 애완견(;;)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샘이 대학가서 같이 놀아주지 않는다고 해서 실망하고 울고... 샘과 범블비 사이에 좀더 멋진 진짜 '친구'라는 모습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샘은 자기 위험하거나 필요할 때만 찾으니까 영 그렇더라고요. 물론 영화 후반부에 디셉티콘들을 찢어버리는 모습은 정말 멋졌습니다. 옵티머스 프라임의 박력과는 또 다른 카리스마더군요. 나, 멋있을땐 멋있다구. 하면서요.

젊은 피 범블비. 그런데 저번에 목소리 고치지 않았었냐, 너?



우리 대장님 옵티머스 프라임은 원래 멋졌으니까, 지금도 멋집니다. 무엇보다 잘 싸우죠. 그런데 그 무지막지한 진지함 가운데서 풍겨나오는 유머러스함이 있었던 것 같은데, 싸움에 지쳐서 그런지 유머 감각을 많이 상실한 것 같습니다. 다른 오토봇들과의 대화도 많이 줄었고요. (이건 역시나 그놈의 페이셜 애니메이션때문에.. 쿨럭)
그래서 <트랜스포머 2 : 패자의 역습> 에서 유머 담당은 쌍둥이 로봇 - 머드 플랩과 스키즈 (Mudflap and Skids) 라고 하는군요 - 이 담당합니다. 하지만 이 근본도 모르는 낯선 친구들은 어디에서 날아와서 이렇게 시끄럽게 떠들고 돌아다니는지. 별로 재밌지도 않은데 치고 박고 싸움질만 일삼더군요. 저는 Wall-E 와 그렘린이 떠올랐고, 어떤 분은 영화배우 스티브 부세미가 떠올랐다고 하시는데, 좌우지간 표정이나 하는 짓이 좀 밉상이라는 점에서는 스티브 부세미 쪽에 한표 던져주고 싶습니다.

그래, 이분.


좌우지간 그 이외에 아이언하이드, 라쳇 등 관록의 트랜스포머들도 그렇고, 새로이 등장한 여성 로봇인 '알씨' 도 대사 한두마디 외에는 별로 비중있게 다루어지지 않습니다. 디셉티콘 측에서도 메가트론의 무력함, 스타스크림의 굴욕 등 이런저런 할말이 있지만 (특히 제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트랜스포머가 스타스크림이어서... 쿨럭. 왜 맨날 메가트론에게 맞고살어?) 어쨌든 트랜스포머 2에서는 많은 캐릭터들의 독특한 색깔을 잃어버리고, 그저 어중간한 위치에서 싸움질만 일삼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물론 "나의 OO 는 이렇지 않아!" 라는 식으로 개인 취향 차이일 수 있겠지만, 적어도 전작에서 보았던 이미지들과 매끄럽게 이어졌다면 좀더 흡입력있는 영화가 될 수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말입니다.

마지막으로 전편에서도 느꼈던 거지만 그놈의 미군 무기 자랑은 이번에도 눈살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헐리우드 영화에서 보여지는 아메리칸 우월주의야 당연한 일이지만,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미국의 군사력' 에 대해 홍보하고 광고하는 영화도 드물 것입니다. 뜬금없이 무인 정찰기를 왜 띄우고, 구축함 함포 한 방으로 초대형 합체 디셉티콘인 '데바스테이터' 를 파괴시키고. (아마 이 어이없는 최후에 굉장히 많은 분들이 분개해하셨을듯... 그렇게 크게 합체해서 한다는 일이 고작 피라미드에 삽질하는 거냐. 이 초대형 굴삭기야. 우리나라 오면 할일 많겠네. ...응?) 또한 전편에 등장했던 섹터 7 요원의 코메디도 아니고 뭣도 아닌 이해할 수 없는 애국심. 여러 모로 봤을 때 이건 좀 아니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트랜스포머 2> 의 미군 관련 부분이었습니다.

그럼 이제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상영관으로 옮겨갈까요?




너무 뻔한 휴머니즘. 그래도 없는것보단 낫다.


많은 SF 영화에서 볼수 있는 공통된 질문이 있습니다.

"과연 무엇이 우리를 인간이 되게 하는가?"

<블레이드 러너>, <A.I.>, <매트릭스> 등등 열거하려면 끝도 없습니다.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은 이 닳고 닳은 질문을 다시 관객들에게 던집니다. 때문에 관객들 또한 대충 모범 답안을 뽑아 놓고 있지요. 그래도 이런 짜고치는 고스톱 같은 뻔한 묻고 답하기의 과정이, 그게 아예 없는 <트랜스포머> 보다는 낫게 느껴집니다. 때문에 닥치는 대로 때려부수는 <트랜스포머> 보다, 멸망한 지구를 다루고 있는 <터미네이터> 는 좀더 무게감을 얻습니다. 삶과 죽음, 생명과 가치에 대한 고뇌는 언제나 답없이 우리를 진지해지게 만드니까요.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에서는 '심장' 과 '영혼' 으로 인간성에 대한 문제를 다룹니다. 우리에겐 누구나 심장이라는 몸속 부분에 대한 일종의 로망 같은 것을 가지고 있지요. 사람의 몸 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며, 온 몸에 피를 박동칠 수 있도록 뜁니다. 심박은 곧 생명의 증거지요. 또, 사랑을 표현할 때 쓰고, 생명력을 의미할 때 씁니다. 뜨거운 열정의 상징이며, 따뜻한 온정의 근원으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심장이 좀 지나치게 강조되었습니다. 어디까지나 내부장기일 뿐인 심장을 너무 과다하게 상징화시켜서, 실제로 인간이라는 증거, 인간이라는 상징이 그 근육덩어리인 양 확대시켰다면 영화를 본 제가 너무 비약한 것일까요?

반은 인간, 반은 기계인 마커스가 사실 실질적인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의 주인공입니다. 그는 존 코너를 돕고, 존 코너와 대립하며, 존 코너를 살려내죠. 또한 존 코너의 아버지인 카일 리스도 구해내고, 사랑하는 사람도 지켜냅니다. 그 모든 여정에서 스스로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며 방황하지요. 인간의 심장을 가지고 있지만 기계의 몸을 가지고 있는 존재. 그가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로 두근거리면서 뛰고 있는 심장입니다. 그의 고민의 무게가 가벼운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영화 최후에 심장을 다쳐 죽어가는 존 코너에게, 자신의 심장을 주라고 하는 장면은 사실 너무 신파적이었습니다. 그 희생은 고귀하지만, 너무나 전형적이었고요.

하지만 정말 마커스는 멋있습니다



물론 그런 의학적인 의미의 심장을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었겠지요. 남을 위해 나를 값없이 희생할 수 있고, 합리적이고 계산적이지 않은 마음. 서로를 위해주는 따스함. 바로 그게 진짜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Heart' 이고, 그것이 인간성을 증명한다. 라는 의도였을 겁니다. 마커스는 인간성을 증명하기 위해 기계들과 싸우고, 자기를 희생해서 다른 이를 살려냅니다. 하지만 그 대의를 이해한다손 쳐도 심장이라는 장기에 대한 영화의 집착은 좀 어색하다 싶을 정도로 심했습니다.



그리고 그냥 이런 저런 딴지를 걸면...

사실 적당히 진지하게 보기 괜찮은 영화였기 때문에 더 이상 무어라 하기는 민망하지만 (아마도 트랜스포머 2 를 보고 난 직후에 봐서 더 그랬겠죠) 그래도 이런 저런 딴지를 걸고 싶어지더군요. 기계에 의해 멸망당한 세계를 표현했지만, 이 세계가 정말로 기계가 지배하는 절망적인 세계인가. 그렇게 영화 속에 완전히 녹아들기 힘든 부분들이 많이 보여서 공감하고 이해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셨겠지만, '기계가 지배하는 세상' 은 여러 모로 영화 보는 내내 <매트릭스> 와 비교하게끔 만들죠. 하지만 아직 자체적으로 기술 발전이 덜 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스카이넷은 전 인류의 두뇌에 가상현실을 공급하는 아키텍트와 비교한다면 아직 아마추어라고밖에 볼수 없지 않을까 합니다.

왜이래? 아마추어같이.



일단 기계들의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인간의 눈높이와 인간의 시야에 맞추어져 있는 건 아닌가. 의아한 마음이 계속됐습니다. 일단 왜 사람들을 '포로' 로 잡아가는가? 영화에서는 이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습니다. <매트릭스>처럼 연료 전지로 쓰거나, <우주전쟁> 과 같이 식용으로 사용할 목적이 아니라면 대체 왜? 영화 초반부를 볼 때 아마도 일종의 생체 실험을 위한 것 같은데, 그 목적도 불분명하고, 방법도 어리석습니다. 어차피 인정사정 봐주지 않는 기계들인데, 하나 하나 붙들어 옴짝달싹 못하게 보관하던가, 아니면 사람들 손목 발목이라도 끊어 놔서 도망치게 못하게 하면 되는 것 아닌가 (너무 잔인한가; 하지만 상대편은 비인간적이라는 말을 모르는 기계들이잖아요) 의아하죠.

일단 '소프트웨어' 개념인 스카이넷에 왜 본부가 필요한지 모를 일입니다. 물론 '본체' 로 여겨지는 하드웨어는 없다고 전편도, 본편도 이야기하지만, 뭔가 눈에 보여서 파괴시켜야 할 건물은 있어야겠기에 인간도 잡아 가두고 T-800도 생산하는 '본부'를 만들었을 겁니다. 아니 그런대 대체 왜 터미네이터들이 '보초' 를 서는건지;;; 너무도 인간 냄새나는 이 설정에 좀 코믹함을 느꼈다고 해야 할까요. 그냥 감시 카메라를 수천개 달아서 사각지대가 없게 할 것이지. 전체적으로 너무 허술하고, 사람이 다니기 좋게 되어있고, 왠지 모르게 기계가 만들었다기 보다는 사람이 만든 것 같은 '인간적인' 건물들과 기계 도시들이 좀 실망스러웠습니다.

왜 너네가 직접 경계근무를 서냐.



이 모든 것이 존 코너와 카일 리스를 끌어들이기 위한 큰 계획이자 반전이었다. 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인질을 잡아둔 이유도, 기계문명이 사람이 드나들기 딱 좋게 건물이나 경비장치를 허술하게 해놓은 것도 그 이유라는 거죠. 실제로 마커스는 '인간성을 가진 기계' 로 만들어진 성공적 터미네이터였습니다. 그런데 거기까지는 참 머리좋게 잘 성공했다고 하는데, 왜 끝마무리가 그모양인지? 기계들 최대의 적인 존 코너와, 그를 태어나지 못하게 만들수 있는 카일 리스가 손아귀에 있는데도 그들을 죽이는 데 구형 T-600 한 대, T-800 한 대 이렇게만 보내다니요. 전병력을 투입해서라도 없애야죠. 아니면 기지를 자폭시키던가. 여전히 탄탄한 몸을 자랑하시며(물론 CG의 도움을 받으셨겠지만) 터미네이터 1~4 전편 출연에 성공하신 아놀드 주지사님을 볼 수 있었던 것은 좋았지만, 다 잡은 고기도 이렇게 무난하게 놓아주는 스카이넷은 뭐 츤데레인가요? "내.. 내가 너를 좋아해서 놓아주는건 아니야!"




기계에 대한 인간의 야릇한 동경과 공포

'욕망을 가진 기계' 는 인간에게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트랜스포머 2> 의 디셉티콘은 생존이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고,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의 스카이넷은 인류의 절멸이라는 욕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포스럽죠. 인간은 연약한 살과 뼈를 가진 존재에 불과하니까 쇳덩이로 만들어진 그것들에게 맞설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공포와 함께, 인간은 그 기계들의 막강한 힘에 대한 동경 또한 가지고 있습니다. 인격을 가진 기계들이 나를 배신하지 않고 내 친구가 된다면? 내 편이 되어 싸워준다면?

<트랜스포머 2> 의 오토봇과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의 마커스는 그러한 인류의 욕망의 표출입니다. 연약한 육체를 가진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인격을 가진 기계들은 할 수 있습니다. 일단 뼈와 살이 튼튼하니까요. 그들은 헌신적으로 그 단단한 몸을 이용해서 대신 맞아주고, 대신 때려주고, 인간을 구해줍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키려는 인간은 무엇인가. 생각해보면 좀 답답해집니다.

욕망을 가진 기계도 멀게 느껴지는데, 숭고한 가치를 가진 기계는 더욱 아득하죠. 옵티머스 프라임은 인류에 대한 이유없는 무한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살아있는 것이 소중하다는 이유라기에는 너무 약합니다. 그래서, 사실 그에게 감정 이입이 잘 되지 않습니다. 대체 왜? 뭐가 이쁘다고? 이 파괴적인 종족이? 옵티머스 프라임의 싸움은 그의 의지라기보다는 인류의 의지입니다. 누군가 우리 대신 싸워줬으면 좋겠어. 인류에게 복종하고, 인류를 위해 헌신하는 기계. 그 욕심과 오만함을 대변하는 것은 아닌지 씁쓸합니다.

<터미네이터 : 미래전쟁의 시작> 도 마찬가지입니다. 영화속 인류가 기계들의 핵공격 날짜를 '심판의 날' 이라고 부르는 것은, 아마도 스스로의 행동에 대한 심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과연 무엇을 심판당한 것일까요? 인류가 기계로부터 단죄되어야 할 죄목은 무엇일까요?


야, 그만해



뭐 이야기가 쓸데없이 진지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는데, 사실 <트랜스포머> 나 <터미네이터> 같은 영화들로 인류의 가치나 의의, 인생의 의미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한다는 것도 넌센스죠. 재미있게 즐겼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좀더 짜임새 있는 구성을 가지고 있어서, 볼거리와 함께 흡입력 또한 겸비한다면 더욱 좋은 작품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쉬운 마음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영상들을 눈앞에서 볼 수 있게끔 해준 헐리우드의 자본력과 기획력에는 아낌없는 찬사를 보냅니다.

그럼 이것으로 투정 가득했던 두 영화 리뷰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ThEnd.


p.s. 영화 전편을 감상하시고 싶으면 아래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