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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4 접속의 시대 - 소유의 속박보다, 우리는 가벼운 접속을 원한다.
posted by cimple 2009. 9. 24. 03:40
소유의 종말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제레미 리프킨 (민음사, 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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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속박보다, 우리는 가벼운 접속을 원한다.

소유는 공허하다. 사실 이것은 새로운 사실은 아니다. 오래전부터, 인간은 끊임없이 무엇인가를 소유하려 들면서도 그것의 공허함과 허무함을 느끼고, 이야기했다. 따라서 인간사회는 많이 소유하려 하는 세속적 집단과 많이 소유하지 않으려 하는 고상한 집단으로 손쉽게 분화되었다. 소유의 문제는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함에 있어, 그 다양한 요소들의 원리를 규정하는 데 핵심 주제였다.

그러나 접속의 시대는 다르다. 이제껏 인간생활을 굳건히도 붙들어왔던 소유의 개념이 해체되며, 그 반대쪽에 서 있던 고상한 가치들, 즉 소유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졌던 개인의 만족감, 행복, 즐거움, 등이 ‘경험의 접속’ 안에 복속되었다. 다시 말해, 이제껏 인류가 소유의 반대편에 서서 숭고하게 여겨왔던, ‘삶의 소중한 것들에 대한 경험’ 마저, 기업에 의해 판매되는 상품이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무거운 소유가 아닌 가벼운 접속으로 얻을 수 있으며, 손쉽게 누리고 또 폐기할 수 있다. 소유가 없는 삶은 가벼워지며, 그 무게만큼이나 자유롭지만 또한 정처없다. 우리 삶의 베이스캠프라는 ‘집’ 조차 소유의 개념을 상실함으로써 가치와 의미가 불분명해지고, 우리는 진정으로 붙들고 가진 것 없이 삶의 모든 것을 잠시 빌리고, 잠시 즐기고, 잠시 누린 다음 다른 것으로 바꿔치기한다. 인생 전반에 걸쳐 느끼고 경험하는 시간들 자체가 사고 파는 물품으로 간주된다. 더 이상 숭고한 가치들의 성역은 없다. 자본주의는 손으로 잡을수 있었던 물건에 흥미를 잃고, 이제 우리 개개인의 머릿속과 마음속에 들어있는 무형의 상품에 손을 뻗는다. 우리는 실체가 없는 것을 소비하며, 형태도 없는 것에 집착한다.

접속의 시대를 간파한 이들이 생산해내는 상품들은, 뚜렷하게 빈부와 접속권의 격차를 가르는 모습이다. 부자가 오히려 소유의 무게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도 소유의 시대에 집착하고 있는 서민들, 접속권을 박탈당한 소외된 계층은 소위 말하는 ‘1세계 계층’, ‘제 1집단’ 이 누리고 남은 찌꺼기들에 집착한다. 부유한 이들이 ‘가볍게도’ 고급 주택이나 승용차를 임대할 때, 가난한 이들은 집 한 채를 사기 위해 평생을 쏟아넣는다. 발달된 네트워크망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이들은 세련된 방식으로 접속의 시대를 살아가지만, 그 반대편에 있는 이들은 정보와 부의 분배에 급속도로 뒤처지게 된다. 이는 이전에는 찾아보기 힘든 극심한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다. 접속 자체의 여부에서 벌어지는 간극은 메워지기 어렵다. 네트워크 접속의 기회를 박탈당한 이들이 사회의 리더로 진출하기란 불가능하다. 이렇게 새롭게 재편되는 소유의 개념 안에서, 우리는 발빠른 포식자들의 네트워크에 종속되어 버리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인류가 지켜온 성역의 경계를 무너뜨리면서 다가오는 접속의 시대의 자본 논리에 맞서서, 우리가 여전히 사수하고 있고 지켜 나가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ThEnd.

p.s. 이 책이 미처 다루지 못한 부분은, ‘네트워크가 연결되어 있다’ 라는 사실로 가능해진 또 하나의 중요한 속성, 바로 ‘공유와 나눔’ 에 대한 부분이다. 인류는 네트워크가 구성되자, 특별한 소득이 없음에도 자신의 것을 그저 나눠주기 시작했다. 기존 자본주의는, 소유가 종말되고 접속의 시대가 시작되었다면서도, 자본을 독점하고 권력을 누리려는 기존 전략을 가상 세계에서도 그대로 구현하려 한다. 그러나 Web 2.0 으로 대표되는 이 ‘공유’ 와 ‘나눔’ 의 정신은, 진정으로 소유에서 해방된, 인류가 가지고 있는 또다른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이것이 접속의 시대에 대한 두려움에서 희망을 걸어볼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