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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2 화염병과 흑인 대통령, 그리고 나.
posted by cimple 2009. 1. 22. 22:43

(즐겨 찾는 PGR 이라는 커뮤니티에 올렸던 글입니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최근 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과 관련,
시위에 화염병을 사용하는 문제에 대해 격한 논쟁이 붙었습니다.
어떤 명분으로도 폭력은 용인될 수 없다 vs 폭력을 사용하게끔 한 부조리함이 문제이다.
이 팽팽한 주장에 맞서, 졸필이나 글을 올려 보았고, 달린 댓글들도 함께 옮겨 보겠습니다.)





<영상은 EBS 지식채널 e의 '블랙' 이라는 영상입니다>

아래에 벌어진 '화염병' 논쟁에 대한 리플을 달다가,
리플이 길어지기도 하고, 또는 저의 의견을 한번 PGR 이라는 도마 위에 올려보기도 해야겠구나 하여 글로 쓰게 되었습니다.
'도마' 라는 표현이 가지고 있는 의미에, 공감하시는 분들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PGR 의 글쓰기 버튼은 상당히 무거우며, 빈약한 논거로 논쟁을 벌이기가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말씀드리고, 또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은 듣기 위하여 한번 말씀드려 봅니다.

 

미국의 흑인 인권운동을 벌이면서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비폭력 저항 운동을 주장했고
말콤 X 박사는 "폭력에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폭력은 반대하지 않는다. 그것은 지성이다." 라고 주장했습니다.
제 소견으로는, 지금 아래 글에서 벌어지는 논쟁을 가만히 살펴보니,
이 두 사람의 생각의 차이와 같은 맥락에서 벌어지는 토론이라 생각됩니다.


부조리에 저항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일제 치하에서 우리 독립 투사들처럼 매국노들과 원흉들을 암살하고 폭탄을 던지는 방법도 있겠고,
마하트마 간디처럼 비폭력의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둘 다 나름의 숭고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 그렇게 힘써 저항한 그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또한 그 저항으로 인한 혜택을 누리고 있는 후세대로서 그 방법의 가부를 함부로 잣대질하는건 주제넘은 짓거리일 것입니다.


하지만 앞으로, 만약에, 제가 어떤 저항의 방향을 선택해야 한다면, 저는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마하트마 간디가 택했던 방법을 택하겠습니다.

미국의 경우, 아직 흑인에 대한 인종 차별이 큰 문제임에는 분명하지만, 마틴 루터 킹 목사와 말콤 X 박사가 저항하던 시대와 비교할 때
이제 흑인이 대통령이 될 정도로 흑인의 인권이 많이 성장했습니다.
그 원동력은 흑인들의 폭력적 저항 운동보다는, 조용하지만 꾸준하고 평화롭지만 끊임없이 계속되었던 흑인들의 인권에 대한 변호와 투쟁에 기인한다고 생각합니다.
차별에 대해 고민하고, 이를 바꾸기 위해 영향력있는 위치에 오르기 위해 공부하고, 그 곳에서 차별을 뚫고, 또 버티어내고, 법안을 통과시키고, 후대를 교육시키고...
물론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지루합니다. 변화가 있는것 같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어렵게 얻어낼수록, 더욱 견고해 진다고 확신합니다.


글을 쓰는 저도 강원도의 한 탄광촌에 살면서, 석탄 산업 합리화라는 정책의 명분하에 보상도 없이 직장을 잃은 숱한 가장들과 그들의 가정의 눈물을 보며,
또 낙후되어가는 지역 사회에 살아가면서, 공권력과 정부의 눈먼 정책에 대한 원망을 조금은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살 터전을 잃고 주저앉아 눈물흘리는 철거민들에게 비폭력이나, 꾸준하고 점진적인 사회의 개선은 헛소리로 들릴 수도 있겠습니다.
궁지로 몹니다. 사람을 극단으로 몰아갑니다. 도망갈 곳도 없는 데 숨통을 죄어 옵니다.
하지만 어찌 그 억울함과, 분통함과, 권력의 오만한 부조리함을 모르고 간디나 킹 목사는 비폭력을 부르짖었을까요? 정말 멋모르고 하는 배부른 소리였을까요?

화염병으로 대변되는 폭력의 방법은 즉각적으로, 눈에 확연히 보이고, 충격적이고, 신속한 결과를 도출할 수 있습니다.
실로 역사상 많은 국가와 민족들이 자유와 독립을 위해 폭력의 방법을 사용하고 그것을 쟁취해 냈습니다.
또한 말콤 X 박사의 주장처럼 자신과 가족을 위협하는 폭력에 대항하는 폭력은 정당합니다.
그러나 폭력으로 사회가 본질적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어쩌면 신속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사용했던 폭력이, 기존 권력에게 빌미를 제공하여, 더 큰 억압과 부조리한 상황을 낳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다들 이미 알고 계신 사실이겠지만, 바로 이것이 비폭력 운동을 하게 된 이유겠지요.
또한 폭력으로 이룩해낸 일들은 우리 사회에 안좋은 영향력을 심어 놓을 위험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어쩔 수 없는 폭력이었지만, 폭력이 문제를 해결하면, 폭력의 힘을 알게 되고, 결국 그 힘으로 인한 '어쩔 수 없는 폭력'의 변질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이번 문제에 대해 한번 다른 묘안을 제시해보라고 하신다면, 솔직히 말씀드리면 없다고 대답해야 겠네요.
어떤 법안이 필요할까요. 어떤 사람을 갈아치우고, 어떤 정당을 없애고, 어떤 교육을 실시하고, 어떤 곳에 돈을 투자해야 이 문제가 시원스레 해결될까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말했던 '점진적인 사회의 발전' 을 위한 대안이라는 것은 많은 시간을 들여, 많은 사람의 노력으로 일구어져야 할 결실이니까요.
문제의 책임을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돌려 버리는 듯 하여, 말씀드리고도 무책임하게 느껴지지만, 일단 그게 무책임한 발언이 되지 않기 위해 제가 스스로 할 일은, 오늘 하루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올바른 판단을 위해 열심히 보고 듣고 배우도록 하겠습니다.

천하보다 소중한 사람이 죽었습니다. 중점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몇몇 사람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들은 바삐 단죄되어야 하고 국민에 의해 심판받아야 합니다.
촛불 시위는 우리 나라 사람들의 성숙한 비폭력 시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촛불 시위마저 무시하고, 폭력적으로 진압하는 미친 이 나라 위정자들은, 사실 내키는 대로 말하면 그네들이 죽어야합니다.
그러면 국민들도 그들을 심판할 힘이 있어야겠지요. 그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야 하고, 잘못된 그들을 몰아낼 힘이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자각해야 합니다.
잘못된 대통령을 뽑은 것은 국민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국민이라는 존재에 대해 실망도 많이 했습니다. 잘못된 대통령을 세우면 어떻게 된다는 것을 지금 국민들은 삶으로 뼈저리게 배우고 있습니다.
그러한 '성숙한 국민' 으로, '무서운 국민' 으로, '아는' 국민으로 성장하고 있으니, 이제 달라져야죠.
국민의 선택이 드러나는 선거에서 달라지고, 바른 생각을 가진 사회 각계 각층의 인사가 늘어가고,
그렇게 모두가 꾸준히, 점진적으로, 동반하여 성장할 때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들이 하나 하나 깨어져 가리라 확신합니다.


글쎄요. 지금 대한민국 사회는 한번 "큰 충격" 이 필요할 정도로 정치는 썩어 있고, 경제는 망가져가며, 교육은 답이 없고, 문화는 초라합니다.
꾸준한 노력도 좋지만, 때때로 조금 자극적인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무언가를 일깨울 필요가 있다고 여겨질 때도 있습니다.
물론 투쟁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면 모든 문제가 다 해결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킹 목사도 "자유는 절대로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라고 역설하셨더군요.
비폭력은 저항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폭력을 사용하지 않는 만큼 더 적극적으로 저항하라는 이야기겠지요.


마지막으로 정리하겠습니다.
부조리한 사회가 현존합니다. -> 이로 인해 폭력적인 방법의 저항 운동이 발생했습니다.
부조리한 사회가 먼저 존재하므로 그로 인한 폭력은 정당성을 획득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폭력이 아닌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법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어느 한 명의 영웅이 '데우스 엑스 마키나' 처럼 뚝딱 해결할 수도 없고,
마치 없는 것처럼 여겨지는 방법이라 여겨집니다.
하지만 폭력적인 저항 방법이 가져올 수많은 악영향을 생각했을 때,
저는 차라리 이 방법을 택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에 대해 분개하며 폭압적인 경찰에 항의하는 의미로 경찰서에 돌을 던질 수도 있겠고,
길거리 시위에 참여해서 촛불을 들고 묵묵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제가 선택한 방법은, 저는 미디어를 통해서 좀더 많은 사람에게 올바른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기 때문에
그런 영향력 있는 사람이 하루 빨리 되고자, 오늘 하루도 학생의 신분으로 최선을 다 해서 공부를 할 것입니다.
각자가 선택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ThEnd.


///댓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