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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imple 2009. 8. 13. 16:06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감독 스티븐 소머즈 (2009 / 미국)
출연 채닝 테이텀, 시에나 밀러, 레이 파크,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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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

생일을 맞아 참 신나는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난데없는 생일강조;; ㅡ_ㅡ;)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아주 어렸을 적에, 낙하산이 달린 '지 아이 유격대' 장난감을 밥상 위에 올라가서 던지며 놀았던 기억이 어렴풋이 나네요. 하지만 그 이상의 기억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캐릭터나, 생각나는 만화의 에피소드도 전혀 없다는 거...;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 이야기인 것 같으니, 어쩌면 당연할런지도요. 

어지간하면 영화의 줄거리도 옮기고, 느꼈던 점을 이야기해야겠는데, 참 그러기가 힘든 영화입니다. 영화에 대한 한줄 평은, 정말 하나 하나가 예술입니다.

뉴웍 스타-레저의 스티븐 휘티는 “아마도 2009년에 나온, 가장 자신감있게 정신줄 놓은(proudly mindless) 서사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고, 타임의 리차드 콜리스는 “이 영화를 보는 동안, 자신의 아이큐가 매 분당 뚝뚝 떨어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비아냥거렸으며, 릴뷰스의 제임스 베랄디넬리는 “눈 외에는 어떤 신체기관도 즐겁게 해주지 않는 영화.”라고 혹평을 가했고,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의 크리스 나샤와티는 “이 영화를 보고나면 <트랜스포머 2>가 매우 수준높은 예술작품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빈정거렸다. 또, 할리우드 리포터의 프랭크 쉑은 “각본가이기도 한 소머즈 감독이 고옥탄가 CGI 액션 씬을 연달아 보여주는 것에만 주력하기로 결심한 탓에, 영화속 캐릭터들은 하나도 중요치 않게 되었다.”고 불평했고, 버라이어티의 리차드 퀴퍼스 역시 “시리즈 론칭을 희망하는 영화라기 보다는 오랫동안 이어진 시리즈의 하이라이트 씬만 모아놓은 것 같은 이 영화에는, 엄청난 양의 CGI 액션 포격과 최소한의 캐릭터 개발이 있다.”고 고개를 저었으며, 뉴욕 포스트의 카일 스미스는 “영화속 재난씬은 마치 (감독의 전작인) <미이라>에서 재생한 것처럼 보인다.”고 강한 불만감을 나타내었고, 뉴스위크의 라민 시투드는 “눈가리개를 하고 불꽃놀이를 보는 것 같은 영화.”라고 공격했다.


신랄하네요; 제가 생각하는 영화평은 이겁니다. 영화 상영 시간을 117분이라고 했을 때, 15초짜리 TV CF라면 1분에 4편, 그러니까 약 400편 정도 주우욱 이어 붙인 모음집을 보고 난 듯한 느낌입니다. 그 짤막짤막한 CF 끼리는 개연성도 없고, 별다른 의미도 없으며, 단지 보는 사람에게 '너는 지금 무언가 재미있는 것을 보고 있다' 라는 사실만 주입시킵니다. 여기에 생각이나 추리가 개입하면 난감해집니다. 관객은 15초 전의 장면을 기억하거나 15초 후에 일어날 일을 상상하거나 할 필요 없이, 그냥 지금 내가 보고 있는 그 순간만 소비하면 되는 거죠. 다행히, 영화를 보고 난 다음 건질 것은 있었습니다. 머릿속에 남는 것은 딱 이것뿐이었습니다.

이병헌!!!

정말 이병헌 아니었으면 리뷰를 쓸 일말의 의지조차 꺾이지 않았을지...;; 하지만 다행히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안에서도 그 빛을 잃지 않은 이병헌의 존재감은, 영화를 보는데 즐거움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할리우드 첫 데뷔작인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에서, 이병헌이 맡은 역할은 '코브라 군단' 의 닌자 용병, '스톰 쉐도우' 역할입니다. 그는 이번 역할에서, 할리우드 그 어떤 배우에도 뒤지지 않을 만큼 카리스마 풀풀 풍기는 역할을 소화해 냅니다.

영화의 전체적인 구도는 원래 지.아이.조의 컨셉이 그렇듯이, 테러리스트 군단 '코브라 군단' 과 최강 특공대 '지 아이 조' 의 대결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서로 열심히, 충실하게 싸우는 것이 영화의 전부입니다. 관객에게 따로 무언가를 생각할 필요를 없게 하고, 그런 여지도 주지 않으니 친절하다고 해야 할까요;;;??

따라서, 그러한 영화의 전체적인 구도를 볼 때 같은 맥락으로 형성된, 실질적으로 양쪽 세력을 대표하면서 중심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바로 '코브라 군단' 의 스톰쉐도우와 '지 아이 조' 의 스네이크 아이즈 입니다. 물론 진짜 주인공인 듀크(채팅 테이텀)와 그의 애인 배로니스(시에나 밀러) 가 서로 다른 군단에 소속되어 있고, 그 둘의 갈등이 영화의 중심 스토리를 이끌어 나가긴 하죠. 그렇지만 어차피 둘은 사랑하는 사이고, 그렇게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던 둘이 결국 말도 안되게 급 가까워져서는(ㅡ_ㅡ;;) 함께 코브라 군단을 대적한다는 방향으로 여차저차 흘러가는 보면, 듀크와 배로니스의 대결구도는 단지 미남미녀 주인공간의 로맨스를 뭔가 있어보이게 포장한 포장지에 불과합니다.

스네이크 아이즈


그에 반해, 진짜 라이벌 대 라이벌의 느낌을 풍기면서, 코브라와 지 아이 조의 대립 구도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캐릭터는 스톰 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즈, 이 둘 뿐이죠. 일단 옷부터 서로 흑백으로 입고 나오며, 최첨단 무기가 난무하는 와중에서도 고집스러운 장인정신으로 현란하게 일본도 칼싸움을 보여줍니다. 바로 이것이 이번 영화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에서 스톰 쉐도우라는 캐릭터가 비중 큰 무게감을 가진 이유이며, 또한 그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이병헌이라는 배우의 역량이 더욱 빛나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무너지는 에펠탑과 CG, 그리고 캐릭터들.

세계 3대 컴퓨터 그래픽 회사인 Digital Domain 이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의 CG를 담당했습니다. 정말 영화 전체적으로 물량을 엄청나게 쏟아부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영화 전부터 예고되던 에펠탑이 무너지는 장면과, 그 이전에 파리에서 펼쳐지는 추격씬은 영화에서 사용된 CG 기술의 백미죠.



특히 에펠탑이 붕괴되는 장면 하나만을 보려고 사람들이 극장을 찾을 정도로, 이 장면 하나만큼은 높은 퀄리티를 보여 주었습니다. (프랑스의 자존심을 이렇게 맘대로 무너뜨려도 되냐? 근데?) 그렇지만 Digital Domain CG 팀 안에서도 1군, 2군이 나누어서 작업을 했는지, 이 파리의 추격장면 외에는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수준의 CG를 보여주는 장면들도 군데 군데 있었습니다. 특히나 전투기가 이착륙 할 때의 움직임 자체가 난감한 장면도 있었고, 쉐이딩과 이착륙시 발생하는 연기의 파티클 효과 등등이 가장 눈에 띄던 부분이었습니다. 길이도 꽤나 긴 영화에 CG를 빈틈없이 채워 넣다 보니 생겨난 어쩔 수 없는 한계였을까요. 아니면 워낙 편집 속도가 빠른 영화이다 보니 관객이 뭐라 할 틈도 없이 장면을 돌려버릴 테니, 효율성과 사실성의 중간 정도 부분에서 접점을 찾은 것이었을까요.

그리고 1인 히어로가 등장하는 영화가 아닌, 많은 수의 캐릭터가 함께 싸우는 영화이므로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뚜렷하지 않다는 것은 영화를 산만하게 만들 뿐입니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스톰 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즈 외에는 다들 별 개성 없이 비슷비슷한 군인들입니다. 다행히도 영화의 많은 시간동안 등장하는 히로인 배로니스(시에나 밀러) 가 캐릭터 자체보다는 배우의 매력을 발산해서 어느 정도 커버해주고 있다는 사실은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불행 중 다행.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같은 영화를 보면, 정말로 '산업' 을 위한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영화 한편 만들어야 CG 하는 사람들 할일 많아지고, 촬영하고, 연기하고, 그 외에 관련되어 종사하는 사람들이 돈을 벌어서 먹고 사는...

제가 생각하는 영화의 본질과는 좀 동떨어져 있지만, 산업의 유지를 위해서 이런 영화가 기획되고, 소모된다는 거대한 시스템. 그 순환구조 자체가 부럽기도 하고, 신기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보게 한, <지. 아이.조 : 전쟁의 서막> 은 그런 영화였습니다.

ThEnd.

p.s. (모든 이미지의 저작권은 Paramount Pictures Corporation. 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