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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10.14 고객 체험의 경제학 - 경험은 상품이 되고, 삶은 연극이 된다.
posted by cimple 2009. 10. 14. 14:15


고객 체험의 경제학
카테고리 경제/경영
지은이 b.조지프 파인2세 외 (세종서적, 200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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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이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가치로운 것은 돈인데, 그보다 약간 더 가치있는 것은 경험이다’. 아마 경험은 돈을 주고 손쉽게 살 수 없는, 삶의 여러 일들을 겪어가면서 차근 차근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리라.

모두들 그렇게 생각했지만, 이제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그 경험이 가장 주목받고 효율적인 상품이 되어버렸다. 물론 우리가 경험이라 지칭하는 삶의 모든 영역이 돈에 의해 잠식당한 것은 아니지만, 그 어떤 영역도 영원한 성역을 자처할 수 없다.

가족의 행복한 나들이, 연인의 달콤한 데이트, 신도의 거룩한 종교예식, 청년의 열정적인 꿈과 노력이 기업의 상품으로 디자인되고 판매된다. 이러한 기업 활동은 곧 연극이다. 기업은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커다란 판을 꾸민다. 그 연극은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때에나, 테마 파크를 거니는 잠시 잠깐 동안일 수도 있지만, 그 사람의 인생 전체를 대상으로 할 수도 있다. 소비자는 잘 짜여진 각본 안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하며, 행복한 기억들로 인생을 채워 나가려 한다. 물건을 구입하는 것은 허무하지만, 경험을 구입하는 것은 아깝지 않다. 바로 이것이 체험 경제. 경험의 경제학이다.

사실 좋은 경험을 판매한다는 것이 완전히 새로운 개념은 아니다. 특히나 서비스 산업에서, 경험 상품이란 ‘좋은 서비스’ 로 그 의미와 역할이 축소되기 쉽다. 하지만 서비스 자체도 범용화되어 버리고,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공산품의 그늘이 드리워진 이 때, 고객으로 하여금 서비스 그 이상의 좋은 만족감과 기억을 남긴다는 구체적 목적은 또 다른 상품의 영역으로 분류되어야 마땅하다.

기업은 의도적으로 고객이 느낄 감정과 뇌리에 남을 이미지들을 긍정적으로 조작해 내려 하고, 여기에서 진실과 가식, 본질과 비본질의 경계가 모호해진다. 우리는 불편한 진실보다 환상적인 동화를 원하는데, 그것이 본질적으로 진실이든, 아니든, 어차피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만족스러운 경험이다. 모호한 진정성을 붙드는 것 보다는, 확실한 행복감을 보장하는 것이 낫다. 따라서 기업들은 연극의 연출가로 변모한다. 어차피 기술의 발달로 상품의 질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으니, 산더미같이 생산된 상품은 뒤로 숨겨두고, 자신의 매장과 자신의 사원들로 하여금 고객이 남다른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리고 그 경험 자체를 돈을 받고 판다. 체험에 대해 돈이 오간다는 것, 즉 매장에서 입장료를 받고, 특정 시설에서 체험료를 받는다는 새로운 개념은 기업과 소비자 모두에게 중요하다. 기업은 돈을 받고 판매되는 상품인 만큼 더욱 고객이 보고 느끼는 모든 것에 대해 주목하고, 모든 것을 끊임없이 새롭게 구성하고 기획한다. 소비자 또한 자신이 돈까지 내고 즐기는 체험에 대해 더 많은 가치와 의미를 부여하고, 몰입하고 몰두한다.

이러한 신개념 경제 논리는 사회에 머무르지 않고, 개인의 삶에도 깊숙이 개입한다. 나를 어떻게 체험하게 할 것인가? 스스로를 디자인하고, 연기로 자신을 포장해야 하는 시대. 삶 전체를 연극처럼 꾸며 나가야 하는 시대. 고민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오늘도 일용할 페르소나를 뒤집어쓰고, 묵묵히 집 밖을 나서는 지금 이 시대 우리들에게.

Q. 책은 첫머리에서부터 ‘우리의 관심은 도덕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체험을 전개할 것인가이다’ 라며 체험 상품에 대해 도덕적 중립성을 전제했다. 하지만 정말로 체험 경제의 시대가 도래했으므로, 그 사회적 윤리문제들을 집중적으로 조명해 보아야 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도박, 음란한 체험 등 손쉽게 생각할 수 있는 ‘나쁜 체험 상품’ 부터, ‘매장에 돈을 받고 들어가게 하는’ 체험 상품 시스템이 특정 계층에 대한 소비 영역 접근 자체를 차단시켜 버림으로써 양극화와 사회불만을 낳는 악영향까지. 체험 상품의 도덕적 결함으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이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Th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