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cimple 2010. 7. 1. 15:36

 

 

 

스타크래프트 2 한국 가격 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이와 관련하여 의견을 개진해 주셨지만, 저도 이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남겨보려 합니다.

 

1. 패키지 방식과 다운로드 방식의 가격은 같습니다.

북미에서는 패키지 방식과 다운로드 방식으로 모두 스타크래프트 2를 구매할 수 있지만, 가격의 차이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종이박스, CD, 매뉴얼 등을 더 준다고 해서 더 비싸지 않으며, 같은 말로 인증키만으로 준다고 해서 더 싸지도 않습니다.

북미의 가격정책은 Standard Edition인 59.99$ 와 Collector's Edition 인 99.99$ 뿐입니다. 또한 이러한 패키지-다운로드의 구입의 가격이 동일한 가격정책은 북미뿐 아니라 남미, 유럽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크래프트 2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는 이렇게 동일한 게임에 대해 패키지 방식과 다운로드 방식의 가격이 같은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다운로드 방식이 패키지 방식보다 저렴해야 한다고 하시며, 저 또한 상식적으로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해외에서는 둘 다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바로 게임 그 자체인 '콘텐츠' 를 더욱 중시하는 문화가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런지도요.

2.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2 가격은 해외와 같지 않습니다. 더 쌉니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발표된 스타크래프트 2 의 가격은 세금 포함 69000 원입니다.

반면 북미에서 정식으로 발표된 스타크래프트 2의 가격은 세금 '제외' $59.99 입니다.(정보를 제공해주신 XIAN 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는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약 74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물론 세금을 포함한다면 가격은 더 높아집니다. 북미의 경우 부가세를 8% 로 계산했을 경우 $4.79, 약 6천원정도의 세금이 붙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1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스타크래프트 2를 즐길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는 60 유로로, 한화로 9만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또한 '한국의 와우 유저' 들에게 만큼은 스타크래프트2 를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전 세계 와우 유저로 확대될지는 지켜 보아야 하겠지만, 이는 분명 한국 유저들에게 특별히 가격 혜택으로 돌아오는 부분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타크래프트 2가 다른 게임에 비해서 저렴한 게임이냐, 그것은 아닙니다. 북미에서도 어지간한 PC 게임 타이틀은 $49.99 정도가 적정선으로 결정된다고 하는데, 10불 정도 비싼 스타크래프트2 의 가격은 분명 다른 여타 게임에 비해서 비싼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스타크래프트 2 의 한달 유료 정액은 9,900 원으로, 2~3만원대를 형성하는 국내 온라인 게임의 월정액보다 저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 왜 한국에서는 패키지로 구매할 수 없는건가요?

게임 회사 입장에서 이상적인 모델은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해도 되는 다운로드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는 전제 하에 가능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잘 갖추어진 고속 인터넷 인프라로 인해서 다운로드 방식으로도 충분히 판매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여겨집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패키지 형태의 게임을 수집하고 소장하고 싶어 하는 한국의 수집가들입니다. 심지어 한국에는 Collector's Edition 도 발매하지 않아, 아마도 이번 블리자드의 정책에 가장 강력하게 불만을 가질 분들은 게임 수집가들이겠지요.

하지만 실제적으로 패키지 게임을 모아서 차곡차곡 쌓아두는 형태의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소수일 수 밖에 없고, 일반적으로 패키지 형태의 게임은 자원낭비,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쳐야만 하고요.

따라서 앞으로는 주된 게임 판매는 온라인 다운로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소수의 수집가들을 위해서는 고가의 Collector's Edition 을 판매하는 형태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의 전환에 대해서 크게 블리자드만 비판받을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많은 형태의 콘텐츠 상품(영화, 음반 등)들이 이러한 Standard – S.E. (Special Edition) 형식으로 제작, 판매되고 있고, 게임은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서 그러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적인 시기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북미에서 발매되는 패키지 형태의 스타크래프트 2가 어떠한 내용물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아트북, 짐레이너 인식표USB, 시네마틱 DVD, 사운드트랙, 게임 피규어 등은 모두 특별판에 해당하는 구성물입니다. Standard 패키지는 박스와 게임CD, 매뉴얼 정도만 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 정도가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렴한 형태의 패키지를 꼭 사고만 싶어!!"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블리자드의 이번 정책이 곱게 보이시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게임 판매 모델의 대세가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적 시점인지라 이건 솔직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4. 왜 블리자드는 몇 바이트짜리 CD 키를 69000원에 판매하는 것인가요?

사실 여러 의견들을 보면서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의견이 이것이었습니다. 몇 글자짜리 CD키만 받는데 69000원을 내야 하냐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건 몇 바이트가 아니라, 수 GB 의 스타크래프트 2 이지요.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개발자,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에서부터 배틀넷 시스템 개발, 현지화 작업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수년간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든 콘텐츠입니다. 일꾼 한 번을 가르고, 배틀넷에서 채팅 한 마디를 하는것도 누군가의 숨겨진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스타크래프트 2의 69000원은 거기에 매겨진 가격입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형의 콘텐츠를 돈을 주고 산다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색함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합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2와 같은 대작게임을 통해서 그러한 '콘텐츠 자체' 에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습관, 콘텐츠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문화가 좀더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5. 그렇다면 앞으로는?

하지만 아직 이런 저런 이야깃거리들은 많이 있습니다. 여차저차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발매 이후입니다. 정작 뚜껑을 열어 보았을 때, 스타크래프트 2가 형편 없는 그래픽 퀄리티나 게임플레이, 배틀넷 시스템을 보여준다면 블리자드와 스타크래프트 2 는 가루가 되도록 비판받겠지요.

또한 '자유의 날개' 이후에 발매되는 확장팩들이 있습니다. 이 확장팩들의 가격 또한 동일하게 7만원대를 형성할까요? 그럼 3개 타이틀을 모두 구입하는데 20만원이 소모된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 해도 너무한 정도의 가격입니다. 그러나 추가로 발매되는 확장팩에 대한 가격 정책에 대해서 밝혀진 바는 없고,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역시 나와 봐야 아는 일이죠.

하지만 발매되어 나온 스타크래프트 2가 과연 그만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면, 스타크래프트 2에 매겨진 가격 정책은 합당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콘텐츠의 문제죠. 좋은 콘텐츠에 합당한 가격. 실물 거래에서 너무나도 당연스러운 그 개념이, 무형 콘텐츠에도 익숙해지기를 소망합니다. 게임은 아니지만, 콘텐츠 제작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작은 바람이며, 또한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할 것입니다.

 

Th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