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cimple 2013. 4. 25. 19:17

이 리뷰 보셔도 사실 상관없어요 - 아이언맨3 리뷰




...라고 제목에 적었지만 다량의 미리니름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리니름에 방해받고 싶지 않으신 분들은 '뒤로' 버튼을 눌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사실 영화 개봉일에 리뷰를 쓴다는 것은 그다지 좋은 일은 아닙니다. 쓰는 사람에게도, 읽는 사람에게도요. 쓰는 입장에서 영화 리뷰란 영화를 보고 난 감상을 나누며 공감하는 목적이 클 터인데, 사실 영화를 보지 않으신 분들은 별로 읽고 싶지가 않을테고 공감이고 뭐고 없겠죠. 읽는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로 '개봉일에 리뷰라니, 먼저 봤다고 유세하는건가 뭔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좀 꺼려지기는 한데, 그렇다고 굳이 미루어 리뷰를 쓸 만한 작품까지는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나름 기대한 작품을 밋밋하게 넘어가 버리기도 아쉽고 하여 짧은 리뷰를 작성해 보려고 해요.


제목에도 썼지만, 리뷰 읽고 보더라도 별 상관은 없는 영화였으니까요.






영웅의 고뇌는 없었다


사실 예고편의 이미지들에서 아이언맨3 에서는 아이언맨의 영웅으로서의 고뇌, 어두운 면을 다루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그런건 없어요. 뉴욕에서의 외계인 침공 사건 이후로(어벤져스가 출동했던 그 사건입니다. 어벤져스를 안보신 분들을 위해...) 내 힘으로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킬 수 없을지도 모른다라는 정신적 압박에 시달린다는 '설정' 은 있지만, 그것이 왜 아이언맨에게 그토록 트라우마가 되었는지, 그것이 대체 어떤 의미였는지 설명도 없고 공감도 없습니다. 단지 뭐 그게 힘들었나보다 하는거죠. 더군다나 이러한 갈등과 메인 빌런인 '만다린' 과의 갈등은 아무런 연관관계가 없습니다. 만다린도 그런 트라우마 따위 일절 관심도 없고요. 이 영화에서 '아이언맨의 고뇌'란, 그냥 나쁜 악당 때려잡는 데 가끔씩 발작일으키는 질환 수준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사실 제가 원했던 드라마는 없었습니다. 홀로 떨어진 곳에서 소년과 교감하며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모습에서 그것을 발견했어야 했는데, 그래야만 했던 이유도 잘 모르겠거든요.






빌런은 몹시도 실망스럽다


사실 저는 영화보기 전에 이런 저런 정보를 많이 찾아보고 보는 타입은 아니어서(오히려 몰입이나 감상에 방해가 되는 일이 많기 때문에) 아이언맨3 의 메인 빌런인 만다린에 대해서는 잘 알고있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작에서 대단히 강력한 빌런으로 등장한다고 하더군요. 때문에 사실 많은 분들이 이 메인 빌런에 대해서도 기대하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것도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빌런 기대하셨던 분들은 크나큰 실망을 하셨을 수 밖에 없었을 같네요. 오래전 아이언맨으로부터 상처를 받아 복수를 꿈꾸고 빌런이 되었다는 좀 지나치게 흔한 설정에, 세계를 정복하고 돈과 권력을 손에 넣기를 원하는 다소 유치하다싶은 야망, 그리고 누구나 쉽게 예상할만한 허수아비를 세워두었다는 클래식한 전개까지. 아이언맨 슈트를 두부자르듯 잘라내는 그의 피지컬은 눈여겨볼 만한 것이었지만, '그릇된 욕망으로 만들어진 일그러진 과학의 산물' 로서 그 빌런은 그저 적당한 액션씬 제조의 대상이었다고 생각됩니다.


그 외에도 억지로 쑤셔넣은 서비스컷이라는 생각을 지울수없는 흐콰한 페퍼포츠의 액션, 뜬금없이 총맞아 사망하는 옛 연인 과학자 '마야', 비중있는듯 등장하다가 폭탄테러맞고 영화내내 누워있던 경호원 '해피' 까지, 떡밥회수 및 극중진행에 있어 탐탁하지 않은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인상깊은 장면들


혹평만 내리자니 훌륭한 장면 언급을 좀 해야겠네요. 다양한 아이언맨 슈트들이 등장해서 적과 싸우는 모습은 분명 눈여겨볼 명장면이었지만, 저는 영웅이 여럿으로 나뉘어지는 것 같아 그것도 좀 별로더라고요. 오히려 에어포스원이 추락할때 비행기에서 날아간 사람들을 한꺼번에 구해내는 장면이 진짜 영웅다운 멋진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외에 딱히 인상깊은 액션씬이 있었는지는... 불분명하게 사라져간 빌런 만다린으로부터 후속작의 느낌을 좀 받긴 했습니다. 아마 어벤져스에 대항해서 레드스컬, 로키, 어보미네이션 등과 함께 빌런 팀을 꾸려주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요. (극 초반에 중국인 박사라는 사람이 아주 잠깐 등장하는데 '닥터 우' 라는 또 다른 빌런이라고 하네요. 아이언맨 중국판에서는 좀더 다른 컷이 있다고 하는데;)






아이언맨의 끝


헐리우드에서 시리즈의 3편은 그 시리즈의 종결을 의미하는 경우가 꽤 됩니다. 스파이더맨, 캐리비언의 해적 등은 3편 이후 리붓되었고, 트랜스포머나 배트맨 등은 3부작으로 종결되었죠. 영화를 보고 나서, 아이언맨 하나로 나오는 시리즈는 사실상 종결되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슈트들을 폭파시킨 다음, 그토록 그를 괴롭히던 심장의 파편들을 끄집어 내고, '토니 스타크는 돌아온다' 라는 문구를 일부러 대문짝만하게 박아 놓았거든요. 이게 영화 끝부분에서 굉장히 순식간에 지나가서 보고 나서도 '어?' 하게 만들긴 하지만... 그래서 '나는 아이언맨임' 이라고 강조하긴 하지만, 아마 후속 어벤져스에서나 또는 다른 시리즈에서 잠깐 등장하는 정도로 아이언맨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사실 더 이상 아이언맨 혼자를 가지고 풀어 나갈 만한 이야기가 많아 보이지 않고, 또 그것이 매력적으로 보이지도 않을 것 같아서요.



사실 여러 모로 아쉬운 점을 지울 수 없었던 '아이언맨3' 이었습니다. 어벤져스 멤버들 중에 가장 인기가 많은 아이언맨이니, 오히려 눈을 사로잡는 화려한 액션이나 전형적인 히어로물의 전개보다는 그가 가지고있는 상처들과 두려움, 특히 '슈트'와 함께 해야 슈퍼 히어로가 되는 그의 숙명을 좀더 진지하게 다루어보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입니다. 


하지만 감동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어요. 영화의 흐름과는 좀 다른 곳에서 마음이 울리긴 했지만 말이죠. 자신의 연구가 잘못된 곳에 사용되는 것을 괴로워하며, '마야' 박사가 2차 세계대전때 로켓을 발명했던 베르너 폰 브라운 박사의 말을 인용합니다. 우주 여행을 꿈꿨던 이상주의자 폰 브라운 박사는 V-2 로켓이 영국 런던에 떨어지자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로켓은 완벽했다. 하지만, 잘못된 행성에 떨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