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cimple 2009. 6. 15. 23:49

칠드런 오브 맨
감독 알폰소 쿠아론 (2006 / 영국, 미국)
출연 클라이브 오웬, 줄리안 무어, 마이클 케인, 클레어 호프 애쉬티
상세보기


인류의 출산이 끊겨, 아이의 울음소리가 없는 세계.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절망적인 인류' 는 영화속에서 그 모습을 다양하게 갖습니다.
<터미네이터>나 <매트릭스> 시리즈에서는 각성한 기계와 컴퓨터가 인류를 절망에 빠뜨립니다.
<딥 임팩트> 나 <아마게돈> 처럼 혜성 혹은 소행성이 지구로 날아들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칠드런 오브 맨' 에서 인류가 맞닥뜨린 절망은 그 궤를 달리 하는 것 같습니다.
일제히, 모든 여자들의 출산이 끊어져버린 세계.
더이상 우리의 모든 것을 전수해줄 '아이들' 이 없어져버린 세계.
거기에서 느껴지는 허무함과 절망은, 내 몸에 다가오는 질병이나 위협보다 더욱 무시무시하게 느껴집니다.
<칠드런 오브 맨> 은 그러한 절망적인 세계를 과장 없이, 침울하고 조용하게 그려냅니다.

나라의 정부는 이러한 절망적 상황 안에서도 질서를 지켜야 합니다.
하지만 그 질서라는 명분 하에, 극심한 폭력이 개입합니다.
배타적으로 외국인들을 멀리하고, 그들을 격리하고, 가두고, 죽입니다.
그들의 폭력적 이기주의는 질서라는 이름 하에 정당화됩니다.

그들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이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싸움은 싸움을 위한 싸움으로 변질되어가고, 그들 또한 살인과 폭력을 정당화합니다.

각자 자신의 대의 하에 다른 사람을 죽이는 폭력을 행사합니다.
절망적 상황 하에서의 폭력은, 억눌린 감정의 화풀이일까요? 아니면 그들이 마지막으로 붙들 수 있던 신념일까요?
<칠드런 오브 맨> 의 세계관은 너무도 비현실적이지만, 그 폭력들은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그림입니다.
사람이 사람을 체포해서 가두고, 격리해서 수용하고, 학대하고, 학살하는 장면들 말입니다.
마치 현 인류는 희망이 없어 절망에 빠진 그들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런 그들에게 하늘의 선물과도 같은 아기가 주어집니다.
총포와 비명이 고막을 찢고, 피와 죽음이 도처에 난무하는 곳에서
그 고귀한 아기는 존재만으로도 모두를 침묵시키고 행동을 정지시킵니다.

각자 서로의 가치를 가지고 미친듯이 죽고 죽이기를 반복하다가
마침내는 그 가치가 무엇인줄 도 모르고 싸움과 폭력만이 생의 이유가 됩니다.

그러나 진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눈앞에 있을 때, 인류는 침묵합니다.
다음 세대.
다음 세대를 위하여, 인류는 좀더 나은 것을 만들고, 좀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내 모든 삶의 노력이 나 혼자 누리다 죽어버리는, 무의미하고 무가치한 시간들이 아니라,
내 아들과, 내 후손이 살아가는 세상에 조금이라도 가치롭게 쓰여지도록. 또 그들이 가치롭게 여기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그로 인해 삶은 의미를 부여받고, 살아볼 만한 것입니다.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볼 만한 것입니다.

극도로 소란스러운 이 세상에서,
진정으로 가치있게 여겨져야 할 것이 무엇인지.
<칠드런 오브 맨> 은 침묵으로 그것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Th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