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cimple 2010. 7. 1. 15:36

 

 

 

스타크래프트 2 한국 가격 정책에 대한 논쟁이 뜨겁습니다. 이미 많은 분들께서 이와 관련하여 의견을 개진해 주셨지만, 저도 이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남겨보려 합니다.

 

1. 패키지 방식과 다운로드 방식의 가격은 같습니다.

북미에서는 패키지 방식과 다운로드 방식으로 모두 스타크래프트 2를 구매할 수 있지만, 가격의 차이는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종이박스, CD, 매뉴얼 등을 더 준다고 해서 더 비싸지 않으며, 같은 말로 인증키만으로 준다고 해서 더 싸지도 않습니다.

북미의 가격정책은 Standard Edition인 59.99$ 와 Collector's Edition 인 99.99$ 뿐입니다. 또한 이러한 패키지-다운로드의 구입의 가격이 동일한 가격정책은 북미뿐 아니라 남미, 유럽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스타크래프트 2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는 이렇게 동일한 게임에 대해 패키지 방식과 다운로드 방식의 가격이 같은 것이 관례라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다운로드 방식이 패키지 방식보다 저렴해야 한다고 하시며, 저 또한 상식적으로는 옳다고 생각하지만 해외에서는 둘 다 동일한 가격으로 판매합니다. 바로 게임 그 자체인 '콘텐츠' 를 더욱 중시하는 문화가 하나의 이유가 될 수 있을런지도요.

2. 한국의 스타크래프트 2 가격은 해외와 같지 않습니다. 더 쌉니다.

한국에서 정식으로 발표된 스타크래프트 2 의 가격은 세금 포함 69000 원입니다.

반면 북미에서 정식으로 발표된 스타크래프트 2의 가격은 세금 '제외' $59.99 입니다.(정보를 제공해주신 XIAN 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는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약 74000원에 해당하는 금액이며, 물론 세금을 포함한다면 가격은 더 높아집니다. 북미의 경우 부가세를 8% 로 계산했을 경우 $4.79, 약 6천원정도의 세금이 붙게 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1만원 정도 저렴한 가격으로 스타크래프트 2를 즐길 수 있습니다.

유럽의 경우는 60 유로로, 한화로 9만원이 넘는 금액입니다.

또한 '한국의 와우 유저' 들에게 만큼은 스타크래프트2 를 무료로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전 세계 와우 유저로 확대될지는 지켜 보아야 하겠지만, 이는 분명 한국 유저들에게 특별히 가격 혜택으로 돌아오는 부분입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스타크래프트 2가 다른 게임에 비해서 저렴한 게임이냐, 그것은 아닙니다. 북미에서도 어지간한 PC 게임 타이틀은 $49.99 정도가 적정선으로 결정된다고 하는데, 10불 정도 비싼 스타크래프트2 의 가격은 분명 다른 여타 게임에 비해서 비싼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한국에서 서비스되는 스타크래프트 2 의 한달 유료 정액은 9,900 원으로, 2~3만원대를 형성하는 국내 온라인 게임의 월정액보다 저렴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3. 왜 한국에서는 패키지로 구매할 수 없는건가요?

게임 회사 입장에서 이상적인 모델은 중간 유통과정을 생략해도 되는 다운로드 방식입니다. 하지만 이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는 전제 하에 가능합니다. 한국의 경우는, 잘 갖추어진 고속 인터넷 인프라로 인해서 다운로드 방식으로도 충분히 판매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여겨집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패키지 형태의 게임을 수집하고 소장하고 싶어 하는 한국의 수집가들입니다. 심지어 한국에는 Collector's Edition 도 발매하지 않아, 아마도 이번 블리자드의 정책에 가장 강력하게 불만을 가질 분들은 게임 수집가들이겠지요.

하지만 실제적으로 패키지 게임을 모아서 차곡차곡 쌓아두는 형태의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소수일 수 밖에 없고, 일반적으로 패키지 형태의 게임은 자원낭비, 쓰레기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또한 복잡한 유통 과정을 거쳐야만 하고요.

따라서 앞으로는 주된 게임 판매는 온라인 다운로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소수의 수집가들을 위해서는 고가의 Collector's Edition 을 판매하는 형태가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의 전환에 대해서 크게 블리자드만 비판받을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많은 형태의 콘텐츠 상품(영화, 음반 등)들이 이러한 Standard – S.E. (Special Edition) 형식으로 제작, 판매되고 있고, 게임은 네트워크의 발달로 인해서 그러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적인 시기에 있다고 보여집니다.

북미에서 발매되는 패키지 형태의 스타크래프트 2가 어떠한 내용물을 가지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는 바가 없습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아트북, 짐레이너 인식표USB, 시네마틱 DVD, 사운드트랙, 게임 피규어 등은 모두 특별판에 해당하는 구성물입니다. Standard 패키지는 박스와 게임CD, 매뉴얼 정도만 들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쩌면 그 정도가 아닐 수도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렴한 형태의 패키지를 꼭 사고만 싶어!!"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께는 블리자드의 이번 정책이 곱게 보이시진 않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게임 판매 모델의 대세가 넘어가고 있는 과도기적 시점인지라 이건 솔직히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4. 왜 블리자드는 몇 바이트짜리 CD 키를 69000원에 판매하는 것인가요?

사실 여러 의견들을 보면서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드는 의견이 이것이었습니다. 몇 글자짜리 CD키만 받는데 69000원을 내야 하냐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리가 사는건 몇 바이트가 아니라, 수 GB 의 스타크래프트 2 이지요. 그리고 세계 최고 수준의 게임 개발자, 프로그래머, 그래픽 디자이너에서부터 배틀넷 시스템 개발, 현지화 작업까지, 수많은 사람들이 수년간 오랜 시간을 공들여 만든 콘텐츠입니다. 일꾼 한 번을 가르고, 배틀넷에서 채팅 한 마디를 하는것도 누군가의 숨겨진 노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스타크래프트 2의 69000원은 거기에 매겨진 가격입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무형의 콘텐츠를 돈을 주고 산다는 것에 대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색함을 가지고 있지 않나 합니다. 하지만 스타크래프트 2와 같은 대작게임을 통해서 그러한 '콘텐츠 자체' 에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고 사용하는 습관, 콘텐츠를 존중하고 보호하는 문화가 좀더 활성화되기를 바랍니다.

 
5. 그렇다면 앞으로는?

하지만 아직 이런 저런 이야깃거리들은 많이 있습니다. 여차저차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발매 이후입니다. 정작 뚜껑을 열어 보았을 때, 스타크래프트 2가 형편 없는 그래픽 퀄리티나 게임플레이, 배틀넷 시스템을 보여준다면 블리자드와 스타크래프트 2 는 가루가 되도록 비판받겠지요.

또한 '자유의 날개' 이후에 발매되는 확장팩들이 있습니다. 이 확장팩들의 가격 또한 동일하게 7만원대를 형성할까요? 그럼 3개 타이틀을 모두 구입하는데 20만원이 소모된다는 것인데, 이는 사실 해도 너무한 정도의 가격입니다. 그러나 추가로 발매되는 확장팩에 대한 가격 정책에 대해서 밝혀진 바는 없고, 좀더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되지 않겠느냐는 예측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습니다. 역시 나와 봐야 아는 일이죠.

하지만 발매되어 나온 스타크래프트 2가 과연 그만한 재미와 감동을 선사한다면, 스타크래프트 2에 매겨진 가격 정책은 합당한 것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합니다. 결국 콘텐츠의 문제죠. 좋은 콘텐츠에 합당한 가격. 실물 거래에서 너무나도 당연스러운 그 개념이, 무형 콘텐츠에도 익숙해지기를 소망합니다. 게임은 아니지만, 콘텐츠 제작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의 작은 바람이며, 또한 우리 모두의 바람이기도 할 것입니다.

 

ThEnd.

posted by cimple 2010. 6. 28. 06:38





오늘 새벽에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말씀이 있다.

불규칙한 생활습관, 야식, 군것질, 하여간 무절제함으로 인해서 몸에 지방질이 덕지 덕지 붙어 있는 것은, 그냥 쉽게 뿅 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꽤나 힘든 운동을 해야만 그 살이 빠지게 된다. 이건 당연하다. 익숙하다.



영혼도 마찬가지이다.

영혼이 각종 죄악, 더러운 세상 것들의 기름기가 끼어 있다면, 그것 또한 운동을 해야만 빠진다.

그런데 노력도 하지 않고, 운동도 하지 않고, 좀 손쉽게, 하나님 앞에 한번 회개 기도하면 그 모든 죄악들, 나쁜 생활습관들, 모두 용서해 주시고 새사람 만들어 주시겠지.

그 얼마나 어리석고, 이기적이며, 교활한 생각인가?

영혼의 군살을 빼려면, 마찬가지로 힘든 운동이 필요하다.

먼저 몸에 좋지 않은 기름진 음식들을 줄일 필요가 있다. 즉, 너무 많은 세상의 정보들. 즐길거리들. 쾌락들. 물론, 아예 없이 산다고는 못하지만, 줄여야 한다. 줄여야 살이 빠질 것 아닌가.

그리고 운동을 해야 한다. 힘들여 기도 하고, 힘들여 훈련 받고. 가만히 앉아서, 나 편한 시간에, 나 간편할 때만 하나님을 찾고 만다면, 그게 어떻게 영적인 운동이 되겠는가? 힘들여서 움직여야 한다. 무릎 꿇어야 하고, 모임에 나가야 한다. 배우고, 실천해야 한다. 그것이 영적 운동이다.


내 무절제함에 조금이라도 하나님께서 주신, 영적인 밝은 깨달음이 주어져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삶을 만들어 나가고 싶다. 

영적 체중관리가 필요한 시기이다.

ThEnd.
posted by cimple 2010. 5. 31. 00:09

아메리카노.

커피 전문점에서 가장 싼 커피.

나는 아메리카노를 왜 마시는지 이유를 알지 못했다.

그저 입에 쓴 음료일 따름이었다.

가끔, 따라하기로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보기는 했지만 단 한번도 끝까지 마셔본 적이 없다.



오늘,

누군가를 기다리며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두툼한 커피잔에 입술을 가져다대고

모락거리며 올라오는 하얀 김을 맡으며

그 뜨거운 검은 빛깔의 커피를 조금 입속에 흘려넣었는데.



썼다. 하나도 맛이 없었다.



그런데 그 쓰고 맛없음이,

인생의 어떤 순간들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다.

이제껏 내가 알지 못하던 아메리카노의 맛이었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아메리카노를 다 마시지 못했다.


ThEnd.
posted by cimple 2010. 3. 28. 02:35



무엇을 기다리고 계셨던 분들께는 죄송하네요. 단지 한 장의 사진일 뿐입니다. 
그리고 이 사진은, 약 한 시간 반 동안, '어둠 속의 대화' 에서 제가 보았던 장면들과 동일합니다.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

'어둠 속의 대화(Dialogue in the Dark)' 라는, 이제는 꽤나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신 기획 전시가 있습니다.

체험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약 한 시간 반 동안 '완벽한 암흑' 을 경험합니다. 단 한줄기의 빛도 없는 그 공간에서, 듣고, 냄새맡고, 만지고, 느끼며,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감각들을 사용해서 다른 방법으로 세상을 대해봅니다.

그렇다고 너무 걱정은 하지 마세요. 관객들을 놀래킨다던가, 당황시키는 일은 없습니다. 그리고 어둠 속에 홀로 버려지지도 않습니다. 체험은 5~6명 정도가 한 팀이 되어 진행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능숙한 '로드 마스터(Road Master)' 가 시작부터 끝까지 잘 인도합니다. 그래서 다친다거나 놀라거나 무서울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가장 손쉽게 이야기하면 시각 장애를 경험해보는 체험형 전시 기획 작품이지만, '어둠 속의 대화' 에는 단순한 시각 장애를 경험해보는 그 이상의 무엇이 있습니다.

'그 이상의 무엇' 은 전시에 참여하는 사람마다 모두 다릅니다. 모두가 한 사람 한 사람 각기 다른 것을 '보고' 나옵니다.



"당신이 어둠 속에서 본 것은 무엇인가요?"

밖으로 나온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질문이 던져집니다. 당연히,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무엇인가를 보고 나온 것들은 사람마다 모두 다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제가 본 것을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그 한 시간 반 동안, 무던히도 많은 것들을 듣고, 만지고, 경험했건만,

저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로 저 '어둠 속에서 웃는 사람을 보았던 것' 이었습니다.

아마도 이미 다녀오신 분들이라면 무슨 뜻인지 알아채셨을 것 같네요.

저에겐 가장 가슴 떨리도록, 그 어둠 속에서 웃는 사람이,

그 전시 전체를 하나로 아우르는, 정말로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한번, 당신도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어 보세요.


원래 공연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들을 자세히 적은 리뷰를 남기려고 했는데,

공연에 대한 너무도 큰 스포일러가 되어 버리기에 그럴 엄두가 나지 않네요.

당신도, 그 어둠 속에서 대화를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대화의 대상 또한 자유롭습니다.

사랑하는 연인과 손을 붙들고 암흑 속을 딛으면서 눈으로 보지 못했던 사랑을 속삭일 수도 있고,

항상 우리 곁에 있는 것들과 한번도 건네보지 못한 대화를 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그 안에서 당신 자신과 긴밀한 대화를 주고 받을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당신 또한 틀림없이,
 
그 암흑 안에서 무엇인가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ThEnd.




p.s. '어둠 속의 대화' 는 다음 홈페이지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dialogueinthedark.co.kr/index.nhn






posted by cimple 2010. 3. 26. 22:00





ㅡ_ㅡ

ThEnd.
posted by cimple 2010. 3. 25. 22:30


음성과 맞춘 타이포 애니메이션의 가장 기본적인 스타일을 보여주는 작품.


 


외국에는 이러한 영화의 한 장면을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하는 경우도 많은가보다.
이것은 그러한 Kinetic Typography 의 또다른 예.
 


한 사람이 전문적으로 만드는듯?


 경쾌한 느낌이 마음에 듬
 

타이포 애니메이션이라기는 좀 그런 작품




브이 포 벤데타 타이포애니메이션 (3D)





ThEnd.


posted by cimple 2010. 3. 15. 21:07



세월이 흐르고 흘러 돌고 돌아, 여기 웃음과 눈물로 굳어졌다. -
극단 드림의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



우리에게 연극이란?

삶은 한 편의 연극과도 같다고 누가 이야기했던가. 우리는 매일 아침 무대에 올라 잠자리에 들 때까지 자신의 역할을 연기하는 광대와도 같다는 말. 그래서 우리의 삶은 연극과 꼭 닮았고, 연극에는 우리의 삶이 고스란히 담겨 있나 보다. 그래서인지 이번 KAIST 문화행사는 공연 시작 한참 전부터 이미 모든 좌석이 예매가 끝났고, 공연이 시작되자 입추의 여지없이 관객들이 들어섰다. 무미건조하고 피로에 지친 바쁜 현대인들이 그토록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까지 원하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것은, 우리가 잃어버렸던 웃음과 우리가 놓치고 살았던 감동. 그것을 가까운 우리네 삶에서 다시 한 번 찾고 싶은 갈망에서였을 것이다. 그리고,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 에는 그것이 있었다. 우리와 가까운 이들이 있었고, 우리가 함께 할 유쾌한 웃음이 있었으며, 우리가 잊고 있었던 눈물과 감동이 있었다.



경로당, 그 나이든 소년, 소녀들.

연극은 시종일관 하나의 무대, 하나의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경로당. 노인들이 모이는 공간. 모두가 똑같이 벌거벗고 이 세상에 태어나지만, 삶이란 측량할 수도 없고 저울질 할 수도 없는 모든 사람마다 천차만별의 것일진대, 그 숱한 인생의 굴곡을 돌고 돌아서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이들의 모습은 또한 다시 엇비슷해진다. 삶의 모든 것에 익숙하고, 모든 것을 알 만도 하건만, 오히려 그 만큼 여전히 아이같이 설레이며 떠들썩한 노인들. 몸은 두 다리 후들거리도록 천근 만근처럼 무거워도, 마음에는 무게가 없을 터, 여전히 노인들의 젊은 마음만큼은 요란스레 들썩인다.
그래서 그 들썩이는 마음은 홀로 남겨진 그들의 외로움에 직면할 때마다 더욱 갈곳없이 방황하고 외로워지며 침울해진다. 경로당은 노인들의 만남이자 소통의 장이지만, 서로의 외로움을 부벼대는 측은한 놀이터이기도 하다. 화투를 치고, 장기를 두며, 서로를 향해 소리를 지르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은 모두 그들의 외로움에 대한 줄기찬 항변이다. 연락이 되지 않는 자식들. 먼저 떠나가버린 사랑하는 아내, 그 고독의 틈바구니에서 슬픔과 아픔을 잊고 살아가기 위해 그들은 오히려 더욱 분주하려 애쓰고 소란스러우려 노력한다. 그것이, 이 시대 잊혀져가는 노인들의 자신들의 존재를 스스로 확인하는 방법이다.



그들의 자그마한 사건, ‘경로당 폰팅사건’

사실 연극의 주제가 되는 ‘경로당 폰팅사건’ 은 대수롭잖은 일이다. 경로당의 전화비가 수백만원이 나왔는데, 그게 전화로 음란한 이야기를 하는 폰팅을 했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노인들은 서로 서로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가 자세히 알게 되고, 서로의 외로움과 고독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었다. 결국 범인은 노인들이 아닌 다른 젊은이었다. 그런데, 그 젊은이에게 경로당 노인들이 각자의 목소리로 하나가 되어 남긴 편지가 참으로 아름답고 감동적이었다. 꼭 같은 말은 아니지만, 다음과 같은 말들이었다.

“젊은 시간은 생각보다 짧아. 그 주어진 시간동안 좀 더 진솔하고 진실된 이야기를 많이 나누는 자네가 되었으면 좋겠네.”
“우리는 그동안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떠나보냈고, 또 얼마 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 곁을 떠나야만 하지. 그러니 더 늦기 전에,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마음을 전하도록 해.”

그 마지막 한 마디 한 마디가 참으로 마음에 와 닿는 말들이었다. 또한, 그 말은 인생의 황혼기에 이르른 사람들만이 건넬 수 있는 진심어린 충고였다. 우리네 삶에서 소외받고, 급변하는 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외면받기 쉬운 노인들. 그러나 아무리 시대와 상황이 바뀌었더라도, 그들이 건네는 진실된 삶의 조언 한 마디는 여전히 어리석고 절제력 없는 젊은이들에게 소중하고 귀중한 것이었다. 세대간 너무도 높다란 벽으로 서로를 감싼 요즘과 같은 시대, 연극 ‘경로당 폰팅사건’ 은 그 너머에 있는 서로가 전혀 다르지 않은, 나와 닮은 똑같은 사람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며, 그 머나먼 듯 느껴지는 소통의 거리를 약간이나마 메워주는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있었다.


ThEnd.

posted by cimple 2010. 2. 28. 01:30




그냥 이 영상 하나로 설명.


ThEnd.
posted by cimple 2010. 2. 24. 22:05






오늘 오후 한시, 저도 그렇고, 대한민국이 숨죽여 지켜 보았습니다.
처음에는 긴장하고 떨리는 마음으로 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이미 그 아름다운 스케이팅에 매료되어 있는 스스로를 보며 다시 한 번 놀랐습니다.
그 모든 불안함과 걱정마저 흔적도 없이 사그라지게 만드는 환상적인 공연.
최고의 연기를 보여준 김연아 선수, 정말 대단합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수천번은 뛰어봤을 점프. 수백번도 넘게 연습했을 곡과 안무.
하지만 그럼에도, 그 단 한번의 무대에서, 단 몇분만에 모든것이 결정되어 버리는 그 자리에서,
'전혀 실수없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제껏 연습해 온 그 엄청난 노력들은 나의 소중한 자산임과 동시에 나를 짓누르는 부담입니다.
나를 향한 사람들의 기대감과 바램은 내 손끝마디까지 파르르 떨리게 만듭니다.
그 모든것을, 가뿐히라는 표현으로는 너무 가벼운, 그러나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라는 듯이 사뿐히 올라앉은 저 나이어린 소녀의 모습이, 왜 그렇게도 아름답고 또 대단해 보이던지요.

오늘, 김연아 선수와 비교는 우습지만 문득 제 군대 시절 일이 생각났습니다.
(아름다운 김연아 선수 이야기하다가 괜히 군대이야기 나오니까 이거 칙칙하네요. 왠지 냄새도 나는것 같고. 컹컹)
제 보직은 "암호병" 이었습니다.
군에서 이야기하는 3대 축복받은 보직 중의 하나라지만, 저는 사단 소속이 아니라 연대 소속이었기 때문에
암호실 없는 암호병은 무던히도 각종 작업에 불려 나가야만 했더랬습니다.
그런 저에게도 구르는 재주가 하나 있었던 게, '암호를 빨리 만들고, 빨리 푸는 데' 조금은 소질을 가지고 있었나 봅니다.
그래서 사단에서 저를 군단에서 개최하는 '암호 경연대회' 에 출전시키고자 파견 근무를 시켰습니다.

대한민국 육군의 암호체계를 이 자리에서 언급하는 일이야 안 될 일이지만 (관심도 없으시죠? 예 예 ㅡ_ㅡa 긁적)
약간만 기밀을 누설하면, 100자를 만드는데 암호병으로서 요구되는 시간은 15분입니다. 사실 이 시간도 그렇게 만만한 시간은 아닙니다.
그런데 사단에서 집중적으로 교육을 받은 친구들은 이 시간을 무려 5분 안쪽으로까지 줄입니다...;;
처음에 보면 무슨 괴물들을 보는 것 같았죠. 머릿속으로 계산하는 시간이 없습니다. 단지 손으로 쓰는 시간동안 다음 글자의 계산을 끝냅니다.
하지만 이 암호라는 것이 마치 타자연습 비슷한 것이라서, 아무리 속도가 빠르다고 해도 정확도가 무조건 우선입니다. 그래서 단 한번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습니다.
단지 몇 분의 시간 안에, 자신이 발휘할 수 있는 최고의 집중력과 순발력을 발휘해서, 그 한번으로 모든 것이 판가름 나 버리는.
살면서 수많은 시험이나, 테스트, 평가들을 받아왔지만, 그만큼 첨예한 칼날 위에 올라가 있는 듯한 느낌은 처음이었습니다.

1년에 한 번 있는 경연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 참 부던히도 많이 노력하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사실 밖에 나가서 전혀 쓸모도 없고, 오히려 다 잊어버려야만 하는 일이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그렇게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는 사실이 지금 돌아보면 감사한 일입니다.

결국 저도 제가 보던 괴물들처럼 되더군요. 1년 가까이 꾸준히 연습을 하자, 이제는 제가 역대 가장 좋은 기록을 보유하게 되었습니다.
3분 초반대의 기록을 가지게 된 것이죠. 가장 컨디션이 좋을 때 몇번은 3분 안쪽으로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실수만 하지 않으면, 우승은 당연시 되었습니다. 유일한 경쟁자는 함께 출전하는 같은 사단 암호병이었습니다.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암호 경연대회날. 어줍잖지만 '장비' 도 준비합니다. 부러지지 않도록 연필을 곱게 깎아서 준비하고,
사용할 여러 준비물들을 챙기면서 마음을 가다듬었던 일이 생각납니다.
선천적으로 그렇게 담이 크다거나 용기 백배한 스타일은 아닌지라, 떨리는 마음을 쉽사리 진정시키기는 어려웠지만
또 침착하기만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에, 계속해서 스스로 마인드 컨트롤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경연대회. 군단 내에 있는 각 사단에서 2~3명의 암호병들이 한데 모여 승부를 가립니다. 경연대회는 2가지로 나뉘어 펼쳐집니다. 평문을 암호문으로 정확하게 만드는 테스트, 암호문을 평문으로 해독하는 테스트.
사실 평문을 만드는 해독은 실수가 잘 나오지 않습니다. 문제는 실수 여부가 나중에야 판단되는 '암호문 만들기' 테스트이지요.
첫 번째 테스트.
감독관의 '시작' 소리가 들리고, 이후로는 무아지경입니다. 이제껏 해왔던 대로, 익숙하게 왼손을 놀리고, 오른손을 놀리고, 글자를 써 내려갑니다. 글자를 쓰는 종이를 쳐다보지도 않습니다. 일정한 호흡으로 죽 써내려 나가면 자동으로 암호문은 완성되어 있습니다.
그렇게 오랫동안 준비해 왔던 데에 대한 긴장은, 확실히 최고 수준의 기록을 만들어 내지는 못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미 몸에 배어 버린 습관과도 같은 연습의 결과물들은 어쩔 수 없습니다.
끝. 4분대의 기록이 나왔습니다. 군단 전체에서 가장 빠른 기록입니다.

해독은 쉽습니다. 말이 되는 문장이 만들어지면 되기 때문에. 끝. 역시 가장 빠른 기록입니다.

그리고 나서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실수만 하지 않았으면 우승이다.
오랫동안 함께 해 왔던 다른 암호병들, 그리고 이래저래 저를 괴롭게도 했고 즐겁게도 했던 암호관님의 생각도 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오랜 노력의 시간들을 쏟아낸 제 자신과 마주합니다.
그래, 수고했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과는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제가 암호문을 만드는 데 있어서, 실수가 있었다고 나왔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정확했는데. 정말 틀림이 있을 리가 없는데.
이미 손 안에 잡혀 있던 것이 빠져나가 버리는 느낌이었고,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어 버리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문제는 다른 데 있었습니다.
이제껏 기존에 암호문을 만들던 방식에서는 쌍따옴표 ( " ) 를 점 1개로 만들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쌍따옴표( " ) 를 점 2개로 해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실수한 것은 바로 그 부분이었습니다. 억울한 일이었죠. 그렇게 바뀐 규정에 억울해했고, 암호관님도 항의를 하셨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못했습니다.
다음 대회가 있을 때에 저는 전역을 할 것입니다. 그건 저의 마지막 기회였습니다.

그 첨예했던 저의 도전은 아쉬운 실패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그 도전을 했다는 것 자체가 정말로 얼마나 큰 자산이 되는지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게 극한의 상황에 스스로를 몰아넣어 볼 수 있었다는 것.
제 자신의 한계를 체험해 보고, 생각의 속도를 정말 끝까지 올려보며,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 보았던 것.
그리고 단 한번의 기회라는 그 순간에 처해보고, 겪어 보았다는 것.

그것은 정말 어디서도 얻기 힘든 소중한 자산입니다.



우중충한 군대 이야기를 세계 최고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인 여신 김연아 선수와 매치시키다니요.
저도 참 어지간히 넌센스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김연아 선수가 링크 안으로 스케이트를 밀며 미끄러져 들어갈 때,
그 때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감정이 어렴풋이 무엇일까.
저는 그 '감정' 이라는 것에 어떤 형태로든지간에 공감과 동감의 다리가 놓여져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욱 그녀의 도전이 마음에 와닿고, 그것을 극복해 내는 모습이 더욱 아름다워 보이지요.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금요일에 진정으로 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지요.
연약했던 저는 그 최후의 순간에 쓴웃음을 지었지만,
강인한 김연아 선수는 활짝 핀 밝은 웃음을 지어줄 것입니다.

그럼 그 웃음 또한 제 것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겠지요.


ThEnd.


p.s. 아, 물론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면,

그것 또한 우리 모두의 눈물이 될 것입니다.
posted by cimple 2010. 1. 11. 01:51

내가 보았던 사랑에 대한 가장 멋진 정의는

내가 자주 들르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보았다.






나 : 음...

(그분에게 문자가 옵니다!)

그분 : 뭐하니? 빵꾸똥꾸야!

나 : 음... 그냥 이것 저것 읽으면서 사색중!

그분 : 뭔데 그리 생각이 많으실까?



5분뒤...



그분 : 너♥




우와...







Th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