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1. 2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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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있어 기독교 신앙은 성경 안에 있는 시대 - 그리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대와의 연결점을 찾는 일이 주가 되었고,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줄곧 이해해왔다.
비단 나 뿐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실 크리스쳔들은 성경이라는 text 와, 그 text 에 담긴 context 를 이해하고, 삶으로 내면화시켜서 손끝과 발끝에서 실천하는 삶을 사는 것이 올바른 크리스쳔의 삶이라고 알고 있다. 그것이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면서, 특히 지금 한국 사회에서 기독교는 위기에 봉착해 있다. 독선적이고 배타적인 교리, 공격적인 전도 활동, 거대화되고 기업화되는 교회조직 등으로 사회로부터 비난과 비판의 뭇매를 얻어맞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크리스쳔들은 그들의 의문에 대해 스스로 답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 왜냐 하면, 그들 스스로 기독교가 어떤 종교인가, 하나님과 예수님은 어떤 분이신가 잘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많은 한국 교회에는 아직도 성경 말씀에 있는 거룩한 도덕 지침들을 제시하고, 그 말씀대로 살면 복을 받는다는 기복 신앙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성도들은 기독교 안에서 성경이라는 책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모르고, 현재 교회라는 조직의 직제가 어떤 이유로 구성되었는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는지 모른다.
기독교인이든, 아니든, '대체 기독교가 어떤 종교인가?' 라는 물음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독교가 어떠한 길을 거쳐 왔는지 그 역사를 알아보아야 한다. 성경의 시대와, 내가 살고 있는 지금의 시대를 연결하는 법은 알지만, 그 중간을 채우고 있는 시간들은 소홀하기 쉽다. 마치 중세가 흔히 암흑기로 불리우는 것 처럼, 초대 기독교 교리와 직제를 정립하고, 신앙의 대상과 방법, 원리를 세워가던 시기를 우리는 흔히 까맣게 잊고 지낸다. 그러나, 실상 우리가 믿고 있는 기독교 신앙이라는 것이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참여할 수 있는 눈에 보이는 '틀' 로 만들어지는 것은 바로 이 시기에 형성된 것이다.
<거침없이 빠져드는 기독교 역사> 를 보며, 마치 아이가 자신의 혈육을 찾아 나가면서 자신의 뿌리와 근원을 알아가듯, 나는 기독교가 생성되고 발달해 온 역사를 되짚으면서 나 자신의 정체성 또한 명확하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대 기독교가 공격받고 있는 많은 의문들에 대한 해답 또한 스스로 얻어낼 수 있었다.
기독교가 욕을 먹고, 비판을 받는 일은 21세기인 지금에 와서 유별난 일이 아니라, 기독교가 처음 생성되던 시기, 즉 1세기부터 줄곧 계속되던 일이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말은 1세기부터 있어왔고, 그 말을 듣기 싫어 귀를 막고 비판하고 욕하고 조롱하고 심지어 돌을 던져 죽여버리던 이들도 1세기부터 있어왔다.
예수믿는 장로가 대통령이 되어 조롱거리가 되는 일도 21세기에 들어와 처음 있는 일이 아니라, 1세기부터 그리스도인 위정자들은 탐욕과 권력에 눈이 멀어 세상에 수많은 악을 행해왔다. 초기에는 핍박받고 박해받던 그리스도인들 이었지만, 로마의 국교로 선포된 이래 기독교 사제들은 돈과 권력에 맛들어가고 교회는 세속화되었다.
교회와 기독교 역사의 초창기부터 시작된 이 문제는 오랜 기독교 역사를 걸쳐 끊임없이 대두되었고, 유별난 것도 아니고, 새삼스러운 것도 아니다. 그 때부터 사람들에게 전도하는 기독교 인들은 조롱당했고, 기독교의 배타적인 교리는 비판받았으며, 비대하고 부패한 교회와 성직자들은 손가락질당했다. 2천년 역사 중에 그러지 않은 시기는 단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그 만큼 기독교 신앙의 본질을 지키고, 참된 의미를 밝혀 나가며 사회와 인류에 공헌하기 위해 헌신했던 등불같은 사람들도 끊임없이 있었다. 썩어가는 환부를 도려내고, 과감히 개혁하며, 진정한 기독교 신앙의 의미를 찾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했던 사람들. 그 사람들 또한 기독교 역사와 함께 해 온, 그리고 앞으로도 이어질 기독교 역사를 증거할 명백한 증인들이다. 2천년 역사 중에 그로써 기독교는 숱한 사람들을 살리고, 인생을 바꾸었으며, 정치, 경제, 사회, 문화에 무수한 발전을 가져다주었다. 현대에 들어 기독교의 반대편에 있다고 여겨지는 논리, 이성, 과학조차도 그 태동은 스토아 학파, 르네상스 시기 학자들의 이러한 생각에서 출발한다.
"세상이 하나님에 의해서 창조되었다면, 그 어떤 학문이라도 아주 깊이 연구하면 결국에는 그 근원에 있는 하나님의 존재를 확인하고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결국 역사는 계속되고, 되풀이될 뿐이다. 무엇은 발전하는 듯 하나, 어떤 것은 있는 그대로이다. 기독교의 본질과, 그 가치에 대한 논쟁도 결국은 1세기나 21세기나 마찬가지이다. 분명한 것은 결국 짧은 삶을 살아가면서, 신앙을 근간으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느냐이다. 성경은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교회라고 이야기한다. 그들이 삶으로서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냈을 때, 기독교는 참 의미를 부여받고 교회는 진정한 제 모습을 찾는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그리고 자신이 믿고 있는 기독교를 좀더 제대로 알고 싶다면 기독교 역사를 먼저 잘 알아보라고 충고하고 싶다. 그렇다면 대체 자신이 믿는 것이 왜 가치와 의미가 있는지, 그리고 어떻게 권위를 부여받고, 진정성을 주장할 수 있는지 그 근거를 알아야 한다. 역사를 알면 대답할 수 있다. <거침없이 빠져드는 기독교 역사> 는 그래서 더욱 의미있는 책이다.
Th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