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cimple 2009. 5. 21. 16:27


역시 식사예절은 어렸을때부터.

ThEnd.
posted by cimple 2009. 5. 14. 18:42
 


꺄악

뚱이로부터 고양이의 실체를 몰랐다면 나는 고양이를 키웠을수도

ThEnd.
posted by cimple 2009. 4. 30. 22:03


InTru3D 가 대체 뭐야?

  이번에 새로 개봉한 DreamWorks 의 차기작 "Monsters vs. Aliens". 지구에 침략한 외계인들을 지구에 있던 몬스터들이 상대한다는 내용이다. 컨셉 자체는 흥미로운데, 생각보다 북미에서도, 국내에서도 흥행 성적이 썩 좋지는 못한 모양이다. 그런데 들어보지 못한 기술 이름이 튀어나왔다. 'InTru 3D'. 대체 InTru3D 가 뭐지?



  InTru3D를 언급하며 "Monsters vs. Aliens" 를 소개한 언론에서 이야기하기를, "최초로 제작 전 과정을 3D로 제작한 애니메이션" 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이걸 보니, 궁금증은 증폭되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그러면 그동안 Full-3D 애니메이션은 제작 전 과정을 3D 로 제작하지 않았다는 건가? 스토리보드도 3D 로 그리나? 아니면 사운드가 입체 음향 녹음기술 홀로포닉스라도 사용한다는 건가? 
  Intel 과 합작한, 그냥 일종의 기술 브랜드겠지 뭐(아 귀찮아) 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영화 개봉 후, 이런 저런 평이 엇갈리면서, 또 영화를 직접 보러 가기가 어려운 상황이라 다시 궁금증이 피어올랐다.

 결국 답은 직접 물어봐야지, 뭐. InTru3D 를 소개하는 Intel 홈페이지 내용을 소개한다.



Intru 3D 에 대하여


Intel 이 영화 속으로 들어가다

DreamWorks Animation 의 Chief Executive officer 인 Jeffrey Katzenberg 에 의하면, InTru 3D 는 "단순히 영상을 보는 수준이 아닌, 완전히 영상 속으로 들어간 듯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애니메이션 영화를 말한다. 바로 이것이 DreamWorks Animation 이 2009년부터 InTru 3D 기술에 주목하고 이를 앞으로 제작하게 될 모든 상업 영화에 적용하게 된 이유이다.

DreamWorks Animation 의 이러한 '극장 안으로 들어가게끔 하는 경험' 을 위한 노력에 덧붙여, Intel 은 차세대 3D 시각 경험 및 테크놀로지를 다른 플랫폼들 - 홈 씨어터, PC, 비디오 게임, 온라인 환경 - 에서도 적용할 수 있도록 개발중이다.

 

이전에는 없었던 3D 퀄리티

관객들은 2009년 3월, "Monsters vs Aliens" 을 보면서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특별한 체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더욱 스토리에 깊이 몰입하고 놀라운 시각적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각본 및 기획 단계에서부터 InTru3D 에 맞추어서 제작되었다. 각 영화관의 디지털 영사기술은 이제 3D 화면과 완벽하게 호환되어, 이전 3D 기술에 있었던 눈을 긴장시키고 피로하게 하는 일 없이 관객들이 3D 영화를 관람할 수 있게끔 되었다.

영화관 밖에서도 이러한 3D 영상들을 즐길 수 있다. "Monsters vs. Aliens" 3D 트레일러나, SoBe Lifewater 3D 광고, 또는 Chuck 의 스페셜 3D 에피소드 등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는 단편 영상들은 ColorCode 3D 라는 신기술을 통해 집에서도 3D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집에서도 이러한 3D 영상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이전의 3D 영상 기술을 뛰어넘은 매우 고무적인 발전이다.


역사에 남을 경험, "Monsters vs. Aliens"

2009년 3월 27일은 애니메이션 역사에 있어 다음 세대로 뛰어넘어 가는 기념비적인 날이다. 이 날 관객들은 자리에 앉은 채로, 처음으로 InTru3D 기술을 사용하여 제작된 상업 영화인 DreamWorks Animation 의 "Monsters vs. Aliens" 안에 깊히 빠져들면서 그 도약을 함께 할 것이다. 이 코믹 액션 영화는 Reese Witherspoon, Hugh Laurie, Kiefer Sutherland, Stephen Colbert 등 쟁쟁한 스타 성우들이 연기했다. 그리고 InTru 3D 와 함께하는 기술 혁신과 상상력의 조화는 애니메이션으로부터 얻어지는 놀라운 체험과 재미를 한층 더하게끔 하고 있다.


애니메이션의 역사

애니메이션의 역사를 짤막하게 보여주는 이 영상은, 상상력과 기술력을 결합하여 캐릭터들을 창조해 내고, 삶의 이야기들을 들려 주었던 그동안의 인간의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InTru3D 기술을 통하여, Intel 은 DreamWorks Animation 이 최신, 최고의 기술력으로 컴퓨터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Intel 의 막강한 프로세서로, DreamWorks Animation 의 아티스트들은 가장 최신의 3D 저작 도구들을 최대한으로 마음껏 이용하면서 더욱 놀라운 영상, 더욱 흡입력있는 스토리텔링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쉽게 말하면 '입체 영화' 라는 말이다. 뭐야, 그럼 이거?



  놀이공원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양쪽에 파란색, 빨간색 셀로판지가 붙어 있어서 영화를 보면 화면 밖으로 튀어나오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 사실 크게 다르지는 않다. 다음 동영상은 윗 글에서도 언급된 <Monsters vs. Aliens> 의 3D 트레일러이다. 약간 흐릿하고 일렁거려 보이는데, InTru3D 안경을 쓰고 보면 입체 영상으로 보이게 된다는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빨강, 파랑 셀로판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어지럼증을 느끼거나 이질감을 느끼지 않고 색상 정보도 그대로 전달되도록 안경 안에 특수한 장치들이 적용되었다고 한다.

  즉, InTru3D 란 제작 단계에서부터 상영까지 이러한 입체 영화 상영을 위해 사용되는 Intel 과 DreamWorks의 합작 기술 이름이자, 브랜드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특수한 촬영과 제작, 편집하는 데 사용되는 각종 툴과, 이렇게 제작된 입체 영화를 상영하는 데 사용되는 하이엔드급 프로세서들을 공급하는 일을 Intel 이 하는 것이다.

  설명해놓고 보니 거창하지만, 아직 반응은 생각보다 폭발적인 것 같지 않다. 일단 기술력 설명에는 영화업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킬 것처럼 포장하고 있지만, 막상 뚜껑이 열리고 난 지금도 그다지 화제가 되고 있지 못하니 말이다. 해외에서의 흥행 성적도 두드러졌다고는 보기 힘들고, 국내도 마찬가지이다. 국내에는 InTru3D 안경으로 입체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은 것이 원인인지, 어느 정도의 숫자의 영화관에서 <Monsters vs. Aliens> 를 입체로 관람할수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렵다. 단지 입체로 영화를 즐기려면 한국어 더빙판을 봐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원어판은 자막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입체로 감상할 수 없다.

  앞으로 많은 영화가 InTru3D 로 제작되어 나올 예정이라고 한다. 과연 또 한번의 영상 혁명이라고 불리우는 이 시기에,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하고 또 발전하고 있는지, 기대하고 또 두고 볼 일이다.

ThEnd.
posted by cimple 2009. 4. 9. 18:54

결승전은 무한한 기쁨과 영광을 차지할 수 있는 마지막 관문입니다.
그리고 그 결승전에서도 2:2 상황은, 그 문의 마지막 문턱에서도 끝자락이라고 할 수 있지요.

단 한 경기 입니다. 수백, 수천, 수억을 거듭해왔던 그 모든 게임들이 바로 이 한 경기를 위한 것일수도 있습니다.

그 차이는 한 걸음. 한 뼘. 아니 종이 한 장 두께만도 못할 것인데, 그 희비는 극명합니다.

그들을 주목하고 싶었습니다. 손아귀에 거의 움켜쥐었는데도, 품에 안지 못하고 놓쳐버려야 했던 그들. 단 한 경기의 패배로 고개숙여야 했던 이들.



그 마음을 헤아려 보고 싶었습니다.



1. 결승전에서 3:2 로 진다는 것




조용호 (MSL, 대 이윤열)
박용욱 (MSL, 대 최연성)
이윤열 (MSL, 대 최연성)
송병구 (MSL, 대 김택용)
강도경 (OSL, 대 기욤)
이병민 (OSL, 대 박성준)
변형태 (OSL, 대 김준영)
오영종 (OSL, 대 이윤열)

스타리그와 MSL 결승전에서, 3:2 패배를 당한 이들은 많습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같은 마음은 아닙니다.
누군가는 이미 우승을 일구어 놓고 다시 결승이라는 자리에 올라섰고,
누군가는 끝내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거머쥡니다.
따라서, 누군가에게는 '아쉬움으로 남은 도전' 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평생 단 한번 찾아온 기회' 였습니다.

은퇴한 이 사내, 이병민 선수에게 그랬지요.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방법도 가지가지겠지만, 가장 나쁜 방법 중의 하나가 무시 아닐까요? 나는 너라는 존재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 잔인한 별명 아닌 별명을 감내해내던 선수가 바로 이병민이었습니다.
(물론 아예 별명조차 붙여지지 않은 수많은 프로게이머들을 생각한다면 그것마저 감사해야 할 일인지도요)

지금 이병민 선수를 어떻게 기억하십니까?
강민의 할루시네이션 리콜 파트너입니까?
최연성의 레이스 벌쳐 관광의 희생자입니까?

아니면 뽀글거리는 머리로 해맑게 웃는 수수한 청년입니까?



EVER 스타리그 2005 결승전.
이병민은 마지막 전장인 네오 포르테에서 두 번에 걸쳐 투신의 숨통을 조였습니다.
그리나 끝끝내 숨이 끊어지지 않은 투신은 조여드는 손을 뿌리치고 오히려 꺾고 비틀어 버립니다.
GG를 치기 전 머리를 감싸고 통탄하던 쪽과, GG를 받은 후 두 주먹을 들어 환호하던 쪽의 차이는 크지 않았습니다.

단 한 경기였지요.





2. 결승전에서 3:2 로 두 번 진다는 것



정명훈 (OSL, 대 송병구, 대 이제동)

여기, 두 번 연속으로 도전한 결승 무대에서, 두 번 연속으로 3:2 라는 안타까운 눈물을 삼킨 선수가 있습니다.
테란이라는 천년 왕국을 이어갈 국본, 바로 정명훈 선수입니다.

무슨 일이든지 처음 도전하면 겁없이 용감하고, 실패해도 보람있습니다. 정명훈의 첫 번째 도전은 로열 로더라는 새파랗고 혈기 왕성한 도전이었지요. 그 준우승은 놀라움과 기대감이라는 단어만으로 충분히 칭찬할수 있는 성적이었습니다.
그러나 두 번의 실패를, 같은 무대에서, 같은 방식으로 당하는 것은 무척이나 아픈 일입니다.
무대 뒤 어두움 속에서 쉽사리 밝은 조명아래로 나오지 못하는 그의 머뭇거림은 보는 이의 마음마저 쓰라리게 했습니다.



단 한 경기였는데요.




3. 결승전에서 3:2로 세번 진다는 것



임요환 (OSL, 대 김동수, 대 최연성, 대 오영종)


누가 임요환을 보고 쓰라림과 눈물을 모른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누가 그를 화려한 황제라고 부를 수 있단 말입니까. 최고의 자리에 오른 이후, 이날까지 그의 행보는 그를 바라보는 수많은 이들의 기대와 멸시, 그리고 자기 스스로와의 험난한 분투였습니다.

그가 일구어낸 4회 준우승에서, 3번이 3:2로 안타깝게 패했던 경기였습니다. 그것은 그의 대단한 집념과 승부욕의 여실한 증거입니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나 쓰라지만, 임요환은 배추마저 통으로 세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포기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남자입니다.



특히나 EVER 스타리그 2004 결승전. 그가 흘린 눈물에 팬들은 같이 울었고, 그가 삼킨 슬픔만큼 팬들은 더욱 안타까워했습니다. 그것은 그만큼 그 자리가 기약없는 자리이고, 오르기 험난하며, 때문에 마지막 한 경기가 사무치도록 아쉽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다시 도전하고, 또 다시 그 자리에 올랐습니다.

So1 스타리그 결승전.

또다시 3:2로 패배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는 눈물흘리지 않았습니다.
팬들도 울지 않습니다. 이제 분명히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노력, 그 열정, 그 감동을 보고 느끼고, 이제 분명히, 분명히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아, 이게 임요환이구나.









홍진호(MSL, 대 이윤열, OSL, 대 임요환, 대 서지훈)


제가 말을 잘못했군요. 임요환을 보고 '넌 쓰라림과 눈물을 모른다'고 할 수 있을 만한 사람이 한 사람 있습니다.

당대 최강의 테란들이 홍진호의 발목을 마지막까지 붙들고 늘어졌습니다.





KPGA 2차 결승전은 2:0 으로 뒤지던 이윤열의 3:2 역스윕이었습니다.

박효민 선수가 라그나로크 전진 성큰전략을 몰랐다면, 스타판의 역사는 크게 바뀌었을지도 모릅니다.

퍼펙트 테란 서지훈의 퍼펙트는 원래 비프로스트 때문이었습니다. 결국 이 전장은 결승전에서 불가사의한 역전승을 그에게 선사합니다.

하지만 이제 홍진호의 이름으로 준우승과, 슬픔과, 눈물을 이야기하기는 그동안 너무 많이 했습니다.

이제 충분히 이야기했습니다. 이제 그만 됐습니다.

그냥, 당신을 물끄러미 바라볼 뿐입니다.

두 손 꼭 모으고,





단 한 경기의 승리를 위해서.







4. 결승전에서 3:2 로 지고 계속 도전한다는 것



단 한 경기로 인해 뒤돌아서야 했던 당신들의 아픔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딱 하나 밀려쓴 시험 답안지의 억울함일까요,

마지막 면접에서 뒤돌아서야 했던 무너지는 기대감일까요.




하지만 부탁드립니다.



단 한 경기를 향한 당신들의 뜨거운 열정. 노력.



그것이 비록 가슴아픈 패배로 귀결될지언정,









You, never give up.

  - 윈스턴 처칠의 연설 中



ThEnd.
posted by cimple 2009. 4. 9. 15:30

아버지 학교를 마치며

  아버지라는 단어가 '권위' 와 '복종' 과 결부되던 시대가 있었다. 지금 시대의 아버지들은 '소외' 와 '서먹함' 이라는 단어와 더 가깝다. 당황한 아버지들은 잃어버린 권위와 복종을 되찾기 위해 발버둥친다. 그러나 그 시대의 아버지들도, 이 시대의 아버지들도 모두 가지지 못한 단어가 있다.

  그것은 '행복' 이다.




  아버지들은 행복하지 못했다. 정신없이 가족을 위해 일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데, 예전에는 무섭고 두려운 아버지로 사랑받지 못했고, 지금은 무시당하고 어색한 아버지로 사랑받지 못한다. 사랑 없는 가족에 염증을 느낀 아버지들은 밖으로 향했다. 술로, 도박으로, 음란한 문화들로. 그러나 밖에도 행복은 없었다. 아버지는 방황하고, 아버지의 방황은 아들의 방황으로 대물림된다. 그 아들은 다시 아버지가 된다. 단언컨대, 우리들의 아버지들은 그 언제고 행복하지 못했다. 돌아갈 옛날은 없다. 그 어떤 아버지도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몰랐으니까.

  하지만 아버지 학교는 '모르면 배우라' 라고 잠들어 있던 아버지들을 일깨운다. 여태껏 한 번도 없었던, 이전에는 본 적 없는 새로운 아버지가 될 것을 가르친다. 지긋지긋하게 이어져 내려왔던 그 아버지의 불행을 끊고, 행복한 아버지, 사랑받는 아버지가 될 것을 가르친다. 아버지들의 귀는 번쩍 뜨인다. 아니, 그런 마법같은 방법이 있단 말인가? 그렇다. 정말 있다.



  5주간에 걸친 다섯 번의 교육으로 변화받는 아버지 학교. 아버지 학교는 이렇게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꾸준한 실천으로 아버지들이 '진짜로' 달라지게끔 한다. 아버지학교 교재 중에 참으로 마음을 울리는 적절한 명언이 있었다.

"만사에는 그것을 성숙시키는 시간의 여유가 있고 또 그것을 썩게 만드는 게으름이 있다."
<조셉 룩스 / Meditations of a Parish Priest>

  아버지 학교 교육은 보물같이 귀하지만, 집에 돌아가 있는 시간동안 엄습하는 게으름의 침공은 그 귀한 보물도 썩게 만들어 버린다. 하지만 그것을 오랜 시간을 두고 성숙시킨다면 그 얼마나 아름다운 향기를 풍기겠는가? 그래서, 아버지 학교는 썩지 말라고 돌아가는 아버지들 주머니에 방부제를 슬며시 끼워넣는다. 바로 아버지학교 숙제다.

  아버지학교 숙제라는 것이, 다시 돌아보면 참으로 기막힌 것들이 많다. 기가 막히다는 것이, 안타까운 느낌이어서 그렇다. 아내와 데이트하기, 아내에게 편지쓰기, 자녀에게 축복기도 해주기, 아내와 자녀를 꼭 끌어안아 주기... 아니, 아내를 꼭 한번 끌어안아 주는 것이 숙제가 될 만큼 우리 아버지들은 무엇을 했단 말인가? 아내랑 데이트 하는 것이 어색해져 버리고, 아내의 장점을 찾는 것 조차 힘들어진 이 부부들은 대체 어찌 된 거란 말인가?



  그 지극히도 당연한 사랑의 표현에, 아내들은 울며 무너지고, 자녀들은 울며 매달린다. 함께 살았지만 함께 있지 않던 아버지. 아버지라는 이름은 있었지만 아버지의 자리를 찾지 못하던 아버지들이 가정의 자리로 돌아오고, 가장으로서 우뚝 선다. 이 아버지들은,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세대, 행복한 아버지들이다.



  개인적으로는 처음 아버지학교에 참석할 때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 분명 도움이 되기는 되겠지만, 내가 아버지가 아직 아니니, 혹시나 그곳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데 지장을 주지는 않을까? 많은 순서들이 결혼한 아버지들을 위해 준비되어 있을 텐데, 나와는 거의 상관없이 진행되지 않을까?

  하지만 그 모든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나에게는 수지맞은 일이었다. 만약 나와 같은 청년들로만 프로그램을 진행했으면 그냥 저냥 '좋은 얘기' 로 듣고 흘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진짜 결혼을 하고 자녀를 가진 아버지들과 함께 있으면서 나누었던 대화, 그리고 간증, 그것은 바로 '진짜 아버지' 의 날것 그대로였다. 정말로 그들이 가지고 있는 생각, 소외감, 인간적 두려움, 후회, 미안함, 그리고 좋은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공통된 열망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이것은 아버지 학교가 아니면 배울 수 없고, 들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그 살아 있는 이야기들이 장차 아버지가 될 나를 일깨워주고, 어떤 아버지가 되어야 하는지 청사진을 보여 주었다.

  아버지 학교를 수강하며 내가 원했던 것 또 한 가지는 '내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 이었다. 아버지 학교를 진행하는 동안 처음으로 아버지의 인생 여정을 진지하게 들을 수 있었고, 아버지께서 어떠한 마음으로 살아 오셨는지, 좀더 그 마음을 잘 느낄 수 있었다. 내가 모르던 아버지의 젊은 시절. 할아버지께서 아버지에게 어떻게 대하셨는지. 어머니를 어떻게 생각하고 계시는지 등등. 아들이면서도 잘 몰랐던 아버지의 다른 면들. 그 면들로 아버지와 좀 더 가까워지고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 학교가 끝나간다. 조심스럽지만 분명한 변화가 도계 땅 아버지들 사이에 일어났다. 나 또한 내 안에서 분명히 이전과는 달라진 기준들과 목적들이 세워진 것을 확인한다. 이 놀라운 변화의 현장. 이 감사가 넘치는 배움의 자리를 어찌 좋아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 또한 도계 땅을 찾은 수많은 아버지학교 Staff 들과 마찬가지로, 줄무늬 옷을 입고 감동과 회복의 현장을 찾아 기꺼이 봉사하게 될 그 날이 눈에 선하다.

ThEnd.
posted by cimple 2009. 2. 4. 10:02
대한민국을 뒤흔든 연쇄살인범과, 사형 존폐론의 논쟁이 뜨겁습니다.
그 슬프도록 참혹한 현실이라는 문제 속에서,
한 편의 드라마와 세 편의 영화가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여러분과 함께 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


1. 덱스터(Dexter)


얼마 전, 인기있는 미국의 드라마 <덱스터(Dexter)> 시즌 1을 봤습니다. 약간 충격적인 내용을 가진 이 드라마는, 주인공인 '덱스터 모건' 이 연쇄살인범을 연쇄살인하는 살인마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인공 덱스터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인데, 그를 입양한 그의 아버지 해리는 그런 덱스터의 본성을 알고 그에게 '살아남는 법', 즉 '마땅히 죽여도 되는 인간'을 죽임으로써 그의 살인 본능을 충족시키게끔 가르칩니다. 그리하여 경찰의 혈흔분석가로 일하게 된 덱스터는 자신의 정보력과 수사력을 이용하여 흉악한 연쇄 살인범들을 잡아 묶어 놓고 죽인 다음, 그의 피를 채집하여 프레파라트에 차곡 차곡 보관합니다.

아직까지 사형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집행하는 미국이라는 국가에서 만들어진 드라마이기 때문일까요. 법의 테두리 밖에서 스스로 결정하고 판단하여 살인을 '집행' 하는 덱스터 모건의 이야기는 충격적인 설정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또한 엄연한 연쇄살인범임에도 불구하고 유쾌한 유머 감각, 뛰어난 업무 능력, 보통 인간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에 대한 보호본능 자극 등으로 덱스터는 꽤나 매력적인 캐릭터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그가 자신의 본능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가장 합당한 방법을 찾아서 가장 죽을 만한 놈들을 죽이는 덱스터의 철학. 사실, 저도 그의 모습이 무척 흥미로우며 드라마 또한 매력적이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겠습니다.

마땅히 죽어도 될 놈에 대한 잔혹한 폭력의 자행. 그것을 시청하는 시청자들의 용인과 수긍. 살인을 참을 수 없기에 살인자를 죽이는 이 덱스터의 철학이 지금 현재 우리의 논쟁과 어떻게 관련지어질 수 있을까요.


2. 라이언 일병 구하기


스티븐 스필버그의 <라이언 일병 구하기>를 포함, 앞으로 언급될 영화들은 워낙 유명한 영화들이기 때문에 줄거리나 등장 인물들을 굳이 부연 설명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갑자기 별 관계 없을 법한 전쟁 영화를 들고 나온 까닭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한 인물과, 그가 했던 행동 때문입니다.



예, 바로 '업헴' 입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 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유태인 병사와 독일군의 처절한 백병전 중에 대검이 유태인 병사의 심장에 서서히 밀려 들어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제가 좀 민감한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이 장면을 보고 너무 충격을 받아 며칠 동안 몸살 비슷하게 온 몸이 아파 버렸습니다. 그리고, 그만큼 이 상황에서 주저하며 발을 옮기지 못하는 '업헴' 이 미치도록 밉고 싫었지요.

결국,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업헴' 은 이 독일군 병사를 총으로 쏴 죽여버립니다. 이런 말을 하면서 말이지요.

"널 살려두는게 아니었어."

이 자는 바로 '업헴' 이 인권을 문제로 놓아 주었던 독일군 포로였습니다. 저는 영화를 보면서, 처음 독일군 포로를 놓아 줄 때는 그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믿었고, 업헴이 독일군 포로를 쏴 죽일 때, 그 때는 그것이 옳은 결정이라고 믿었습니다. 왜 옆에 서 있는 다른 독일군은 쏴 죽이지 않고 그냥 보내주는가, 원망하면서 말이지요. 영화를 보며, 저는 전쟁이 가져다주는 폭력성에 길들여져 버렸나 봅니다.

지금도 그 독일군 병사를 업헴이 죽인 것에 대해서는 후련함을 느낍니다. 만약 그를 죽이지 않았다면, 제 머릿속에는 굉장한 불편함과 거북함이 '라이언 일병 구하기' 라는 영화에 따라붙었을 겁니다. 전쟁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결부되어 있지만, 이 살인의 판결, 그리고 그 판결의 합당함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3. 공공의 적


'공공의 적' 조규환(이성재)은 연쇄살인범입니다. 그는 부모를 죽이고, 그 사건을 은폐하기 위해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잊을 뻔 했지만 택시 기사도 죽입니다. 사실 죽였는지 안 죽였는지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죽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영화는 더 이상 택시 기사에 대한 언급이 없습니다. 이것이 뚜렷한 목적을 가진 영화적 장치인지, 아니면 단순히 범인의 잔혹성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인지는 몰라도 좌우지간 의아했습니다. 그도 택시기사이고, 누군가의 가족일 텐데 말입니다.

하여간 <공공의 적> 을 언급한 것은 영화의 결말 때문입니다. 돈 때문에 부모를 살해하고, 사건을 은폐하고 경찰을 조롱하기 위해 장난으로 사람을 살해하는 '공공의 적' 조규환을, 무식한 형사 강철중이 끝내 궁지로 몰아 넣습니다.

그런데, 강철중이 조규환을 한강 둔치에서 죽여버립니다.

그때, 사실 저는 당황했습니다. 그의 얼굴에 마약을 뿌리며 사형을 언도하는 강철중의 모습은, '라이언 일병 구하기' 에서 느꼈던 일종의 후련함 같은 것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왜 강철중이 직접 죽여야 하는가, 왜 저기서 조규환이 죽어버려야 하는가, 혼란스러웠습니다. 이것으로, 사회 정의가 구현된건가, 이것으로 세상은 얼마나 더 살기 좋은 곳이 되었나 가늠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리고, 그 의아함은 아직 해결되지 못했습니다.


4. 추격자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500만명 이상의 많은 관객들이 함께 보고, 그 참혹함에 몸서리쳤던 영화 <추격자> 입니다.

많은 이야기를 생략하고, 역시 영화의 결말 부분만을 이야기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침내 범인을 붙들고, 자기 자신도 거의 죽을뻔한 위기에서 지영민(하정우)의 멱살을 잡고 장도리를 치켜든 중호(김윤석). 그 때 제 마음속으로 '내려쳐라, 내려쳐라, 확 내려쳐 버려라' 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결국 중호는 장도리를 내려치지 않고, 또 치려는 찰나 동료 형사들이 제지하여 범인은 그의 손에 죽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그 장면을 다시 돌아보면, 그가 그 장도리를 내리쳐, 마치 지영민이 그랬던 것 처럼, 그의 머리통을 피가 사방에 튀도록 박살냈다면, 과연 마음이 후련해졌을까요. 이것은 또 다른 고민을 낳게 했습니다. 그리고, 영화 <추격자> 가 그런 결말을 낸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실제하는 연쇄 살인범을 소재로 만든 영화가 내린 이 결론을,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권력욕이라는, 그 더러운 이름의 괴물.

이번 연쇄살인 사건과, 다른 연쇄살인 사건들을 접하며, 가장 치가 떨리고, 욕지기가 치밀어 올랐던 것은 바로 살인범들의 '권력욕의 충족' 행동이었습니다.
무슨 말이냐면, 영화 <추격자> 에서 지영민이 미진을 묶어두고, 화장실에서 팬티 바람으로 말을 거는 장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미진아. 살고싶어? 왜 살아야 하는데? 네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말해봐." - 지영민, <추격자> 中

실제로 연쇄살인범들은 그들이 잡은 여성들을 묶어놓고, 말을 걸고, 그녀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권력욕을 마음껏 누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죽였습니다. 그 순간을 상상하는 것 조차 피해자들에게 죄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저는 살인의 순간보다(물론 살인이 저질러지는 순간을 가벼이 여기는 발언은 아닙니다.) , 그렇게 사람을 가지고 장난을 치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 는 권력욕을 충족시키던 그 순간이 더욱 끔찍하게 느껴집니다. 그 때 여성이 느꼈을 지옥같은 공포, 고통, 좌절. 그리고 그 틈새에 있는 실낱같은 희망의 고문.

이러한 것들을 생각했을 때, 이런 짓을 일곱 명에게, 일곱 차례나, 재미가 들려서 계속 되풀이했던 살인범을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연히 죽여버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는 사형에 반대합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연쇄살인범에게서 느끼는 가장 악질의 범죄와 이유가 같습니다.
바로 권력의 획득에 대한 악착같은 욕구와, 획득한 권력을 누군가에게 마음껏 휘두르고 싶어하는 그 폭력적인 욕구에 대한 저항입니다.

저는 국민의 생명의 합법적으로 빼앗고, 말고의 권리를 국가에게 이양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그만큼 그 집단이 그 권력을 제대로 이용하리라는 신뢰가 생기지 않습니다. 이번 용산 참사를 보면서도, 국민의 생명에 대해서 국가가 바라보는 태도가 어떠한가를 생각할 때 더더욱 그런 권력을 국가에 주고 싶지 않아집니다. 제가 볼 때, 현재 대한민국의 위정자들이 느끼고 있는 권력욕은 연쇄살인범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저항할 힘도 없는 연약한 이를 묶어두고, 희롱하고, 조롱하고, 헛된 희망을 품게 하고, 심지어 반성하지도 않고, 이제까지와 같은 쾌락을 영구히 누리려 합니다. 제가 그들을 지나치게 나쁘게 보고 있는 것인가요?

사형제도의 부활, 정확하게 말하면 사형 집행의 부활은 그들에게 또 하나의 폭력적인 권력을 선사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더 심각하고 깊은 수준의 논의는, 이미 많은 분들이 하고 계시고, 훨씬 좋은 의견과 논거들이 존재하므로 법과 인권 문제에 대해 무지한 제가 더 이상 떠들 부분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단지 저는, 죽여버리고 싶은 범죄자가 생겨서, 사형이라는 권력을 선뜻 정부에게 넘겨주는 것은 너무 위험한 결정이 아닌가, 묻고 싶은 것입니다.

한 편의 드라마와, 세 편의 영화가 복잡한 성격을 가지고 있듯이, 이 문제는 정말 굉장히 복잡합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권력욕의 싸움에서 청결함을 주장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이 권력욕이라는 더러운 이름의 괴물을 마음 속에 키우고 있으니까요.
스타크래프트를 하면서 자신보다 약한 상대를 만나, 재미라는 명목으로 상대방을 희롱합니다. 상대방이 내가 충분한 희롱을 하기까지 계속 게임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상대방이 꼼짝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가지고 있는 힘의 권력에 만족함을 느낍니다. 아니면, 내가 미물이라고 생각하는 존재에 대한 괴로움은 어떻습니까? 군대에 있던 시절, 잔반통에 들어간 쥐에 펄펄 끓는 물을 부어 삶아 죽이면서, 낄낄거리는 동료들을 본 적이 있습니다. 당신은 이 괴물로부터 자유로우십니까?

저 또한 가식적으로 청결함을 주장하지 않겠습니다. 사실 다들 몰라서 그렇지, 알고 보면 정말 더럽고 나쁜 사람이 저이지요. 들키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래왔던 과거를 깊이 반성하고, 앞으로 다시는 다른 이의 고통을 즐거워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래야 좀더 나은 세상에 보탬이 되는 사람이 될 수 있겠지요.

...휴. 그러고 싶네요.

ThEnd.
posted by cimple 2009. 2. 4. 07:13
해프닝
감독 M. 나이트 샤말란 (2008 / 미국)
출연 마크 월버그, 주이 디샤넬, 존 레귀자모, 애슐린 산체스
상세보기


'어떤 일' 의 과학적이고도 명확한 설명에 대한 인간의 집착, 비판.

명쾌하고, 분명했습니다.
영화를 본 이후, 이렇게 또렷이 영화가 전체적으로 제 머릿속에 들어오고, 그 메시지가 밝은 것도 오랜만인 것 같네요. 물론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제가 받아들인 것과 동일하게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적어도 제가 본 영화 '해프닝' 은 그 복잡하지 않은 이야기 구조만큼이나 간결하고 명확한 메시지가 있는 영화였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기 전에, 이 영화를 보고 난 주위 사람들로부터 주로 이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대체 뭘 말하려는 지 모르겠다."
"뭐가 어쨌다는 건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난 후, 저는 그들의 이러한 반응들이 영화가 담고 있는 메시지와 비교하여, 얼마나 기막힌 아이러니인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영화는 특별한 이유 없이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정확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죽어 나갑니다. 엄청난 숫자의 사람들이 자살을 해 나갑니다.
처음에는 테러리스트의 소행인 줄 알았지만, 관찰 분석 및 연구 결과 이 현상은 '자연적인' 일이며, 특수한 화학 물질이 인간의 자기방어기제를 자기공격기제로 바꾸는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주인공은 이러한 일들이 '나무' 에서 기인한다고 가설을 세우며, 나무가 집단을 가진 인간을 공격하는 현상이라고 분석하고 생존하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살아 남습니다.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메시지는, "인간이 잘 모르는 것도 존재한다" 입니다. 이것을 꾸준히 역설합니다. 끝내 영화는 이러한 현상이 왜 생겼는지 밝히지 않습니다. 인간의 파괴적인 행동에 대한 자연의 경고이고, 나무의 공격이라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지만, 어째서 이러한 일이 생겼는지 밝히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밝히 알기 위해 부던히도 노력하고, 어느 정도 그 현상을 분석해 내는데는 성공합니다. 영화에서도 등장하는, 인간이 과학적 사고를 하는 방법이지요. 가설을 세우고, 실험과 관찰을 통해 검증하는 과정. 인간이 자살을 하게 되는 이유, 그리고 특정 크기의 집단이 죽는 이유와, 어떻게 하면 살아 남을수 있는가 등등을 찾아 냅니다.
하지만 근본적인 원인. 가장 근원적인 이유는 찾아내지 못합니다. 그것은 '잘 모르는 것' 으로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발달한 현대 과학사회의 사람들은 이것을 견디지 못합니다. 잘 모르는 것이란 존재할 수 없고, 모든 것을 알아야만 합니다. 영화의 마지막 즈음, 이번에 일어난 일에 대해 명확한 원인을 알 수는 없지만, 인간에 대한 자연의 경고라는 전문가의 의견에 대해 시청자들과 아나운서는 굉장히 냉소적인 시선을 던집니다. 그리고, 사건이 미국 북동부 지역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을 놓고, 사람들은 그 배후에 정부가 존재할 것이라는 음모 이론으로 이것을 설명하려 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잘 모르는 것' 으로 방치하는 것 보다는 마음이 편하니까요. 그것이 과학적인 사고이고, 합리적인 이성이라 판단합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것을요.

자연을 분석하고, 인간과 그 주위의 모든 현상을 연구하는 자연과학과 인문사회과학 자체를 비판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이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습니다. 아직까지 인간에게는 미지의 영역, 전혀 모르는 것들이 무궁무진하고, '알 수 없는 것' 으로 남겨진 것들이 무한합니다.
하지만 스스로 지성체이며, 과학적이라 생각하는 인간은 이를 용납하지 않습니다. 무엇인가를 '잘 모르는 것' 으로 남겨두는 것을 죄악으로 여깁니다. '잘 모르는 것' 을 연구하고 탐구하는 과학이라는 행위 자체를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어떠한 비밀도 인간은 모두 밝혀낼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다' 라고 생각하는 과학의 오류와, 교만함과 오만함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결국 인간의 삶이란 불확실성과 미지의 것 투성이일 텐데, 그래서 영화에서 나오는 수학 교사의 말처럼 인간은 근거 없는 62% 라는 숫자라도 제시받았을 때 위안을 받는 존재인데도 인간은 스스로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라고 자부합니다.
그러나 인간의 실상은, 극한 상황에 처했을 때 차를 태워달라는 애절한 부탁을 묵살하고 출발해버리는 이기심이고, 꽁꽁 문을 닫아버리고 도움을 청하는 바깥 사람에게 총을 쏴버리는 얼굴 없는 학살자입니다. 과연 이러한 인간의 폭력성과 이기심, 잔혹함도 과학과 이성, 합리적인 사고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영화 내내 사람들은 끊임없이 가설을 세우고, 그것을 검증하고, 확인하는 과정을 되풀이합니다. 그러나 결국 과학으로는 풀 수 없는 부분들, 컴퓨터로는 프로그래밍할 수 없는 인간의 마음 같은 것들이 현존함을 부정한다면, 인간은 돌이킬 수 없는 길로 스스로 치달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영화는 역설합니다.

다시 처음으로, 영화를 보고 난 후 주위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대체 뭘 말하려는 지 모르겠다."
"뭐가 어쨌다는 건지...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우리에게는 무언가를 보고, 그 원인, 과정, 결과, 의미, 모든 것을 명명백백히 알아야만 하는 일종의 집착 같은 것이 있습니다. 이것은 마치 추상화를 감상하는 것과 비견될 수 있겠습니다. 추상화를 보며, 많은 사람들은 대체 이게 무엇을 그린 것인가? 대체 뭘 말하려고 하는 것인가? 질문합니다. 무언가 있을 것이다. 무언가 의미하고 있을 것이다.


그림 1. 잭슨 폴록의 추상화.



하지만 추상화는 그렇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추상화를 보고 있는 순간 '예술' 과 '나' 라는 존재가 있어서, 그 상호작용 안에서 예술적 가치가 만들어지는 그림일 텝니다. 거기에 대놓고 과학적, 합리적, 이성적인 이유와 원인, 설명을 요구한다면 허공에 공허하게 울리는 외침이 아닐까요.

영화 <해프닝> 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세상은 점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최고의 위치에서 끌어 내리더니, 그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만들어 버리고, 요즈음에는 아예 그런 것이 없다고 잘라 말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철저하게 믿는 당신에게도, 바로 오늘, 지금 이순간, '어떤 일' 들은 끊임없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당신이 미처 이해하기도 전에.

ThEnd.


p.s. 여주인공 주이 디샤넬은 정말 아름답더군요. 영화 보는 내내 "우와..." 최근 보았던 영화 <예스맨> 의 여주인공이었다는 사실도 최근에 알았습니다.

그림 2. 주이 디샤넬.



p.s.2. 공감 많았던 영화 내용에 반해, 좀 지나치게 잔혹한 장면들이 많았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의 메시지만을 목적으로 했다면 좀 불필요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좀 관객들에게 충격이 필요하긴 했겠지만서도요...

posted by cimple 2009. 2. 2. 10:29


세계 최고의 광고 단가를 자랑하는 미국 슈퍼볼 경기 전 광고에
트랜스포머 2 'Revenge of the faller(패자의 역습)' 의 티저 예고편이 방송되었습니다.

2007년 개봉했던 1편의 경우, 빈약한 스토리 라인에도 불구하고
뭇 남성들의 로봇 향수(!)를 자극하면서
극악의 디테일을 살린 로봇 퀄리티를 보여주었습니다.
특히나 트랜스포머는 우리나라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는데요,
영화 박스오피스 전문 사이트 'boxofficemojo.com' 에서 확인하면
트랜스포머 1편의 한국 흥행 수입은 5천만 달러를 넘어섬으로써($51,511,861),
미국 국내를 제외하면 세계 흥행수익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로봇 좋아한다는 일본의 경우에도 3천만 달러 정도인 것을 볼 때($34,305,553),
우리 나라 남성들의 로봇 사랑이 어느 정도였는지 가늠해 볼 수 있겠군요.

CG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
트랜스포머와 같은 영화는 언제나 큰 관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마이클 베이는 자기 만들고 싶은 대로 영화 만들수 있어서 참 좋겠다는...


ThEnd.


p.s. 맛배기로 트랜스포머 1의 트레일러도 봅시다.

posted by cimple 2009. 2. 1. 21:49


2007년 여름, '3D 렌더링 워크샵' 이라는 주제로 열린 겨울방학 특강에서 진행했던 프로젝트 입니다.
프로젝트라 이름을 붙이니 거창하지만, 개인적으로 작품을 하나 만들면서
모델링, 쉐이딩, 렌더링 연습도 하고, HDRI 이미지를 이용한 라이팅 연습도 하면서
Z-brush 등의 다른 3D 툴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3D 렌더링 워크샵의 주제는 '신화의 주인공을 만들어보라!' 였습니다.

제가 선택한 것은 영화 300에 나오는 강한 스파르타 전사들을 모티브로 해서
강력한 군신(軍神) 을 만드는 것이었지요.


그림1. 영화 300의 한 장면


실제로 영화 300은 배경을 풀 3D 로 제작해서 더욱 화제가 되었던 영화였기도 하다는...
...일단 차치하고, 어떤 과정으로 제작하였나, 한번 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레퍼런스 수집

모든 것의 기초는 레퍼런스를 수집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저는 300의 주인공을 모델로 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그에 필요한 여러 가지 레퍼런스들을 수집합니다.

그림 2.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의 얼굴

예, 주인공 제라드 버틀러의 얼굴입니다. 이 외에도 모델링에 필요한 모든 물건들의 레퍼런스를 준비해 놓습니다. 헐벗고 있는 300 전사들인 줄 알았더니, 의외로 소품들이 다양하더군요.

그림 3. 방패, 투구, 창, 망토 등의 다양한 소품들 레퍼런스

그리고 300 전사들의 생명은 바로 우람한 근육!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다양한 근육질의 남성 신체 레퍼런스를 수집했습니다.

그림 4. 다양한 인체 레퍼런스


물론 실제로는 훨씬 많은 레퍼런스를 준비합니다. 작품은 그 레퍼런스 이상을 뛰어넘을 수 없다. 라는 말도 있거든요. 많은 자료수집을 통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창작의 기본입니다.




2. 얼굴 모델링

이제 본격적으로 모델링에 들어가도록 합니다. 모델링은 일단 얼굴 모델링부터 시작했습니다.

먼저 얼굴 모델링을 하기에 앞서, 얼굴을 구성하는 와이어의 흐름, 즉 토폴로지(topology) 를 구성합니다. 토폴로지는 다양한 뜻을 가지고 있는데, 모델링에서는 면의 배치, 즉 어떤 식으로 면을 분할하고, 배치할 것인가를 의미합니다.

그림 5. 얼굴 토폴로지 구성

폴리곤 모델링은 면들의 집합으로 이루어지는데, 오브젝트를 Smooth 했을 때 부드러운 결과가 얻어질 수 있도록 각 폴리곤의 크기를 되도록 균등하게, 와이어의 흐름을 잘 이어지게 모델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미리 손으로 와이어의 흐름을 그려보면, 직접 마야에서 모델링을 할 때 초보자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이후로는 열심히 모델링 해 나가면 됩니다. 본래 정확한 모델링은 물체의 삼면도, 즉 정면, 측면, 평면에서의 도면을 마야에 import 시킨 후 작업하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그러나 제라드 버틀러의 삼면도를 가지고 있을 리 만무하니, 삼면도에 가까운 레퍼런스를 준비하고, 상상력을 함께 동원해서 최대한 모델과 닮게 모델링하려 노력합니다.


그림 6. 1차 얼굴 모델링


어때요, 제라드 버틀러와 좀 닮았습니까?
(퍽)
;;; ...첫 술에 어떻게 배부르겠습니까... 계속해서 모델링을 수정해 나갑니다.

그림 7. 2차 얼굴 모델링



머리카락과 수염은 3D 모델링 툴인 Z-brush 를 이용했습니다. 붓으로 칠하듯 모델링을 할 수 있는 매우 획기적인 툴입니다.

이제 조금은 제라드 버틀러와 닮았다고 해 주셔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좌우지간 얼굴 모델링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고, 신체 모델링으로 넘어갑니다.




3. 신체 모델링

신체 모델링, 바디 모델링은 사실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지만, 또 그렇게까지 어렵지는 않습니다. 얼굴 모델링을 능숙하게 할 정도의 실력이라면 신체도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신체 모델링은 위에서 보셨듯이 괜찮은 레퍼런스들이 있었던 것이 좀더 작업을 도왔던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만족할 만한 결과물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처음 시도했던 것 치고는 뚝딱뚝딱 몸이 만들어져서 스스로도 신기했었습니다.

그림 8. 포즈 구상




이 단계에서 기본적인 포즈를 간략하게 스케치해봅니다. 그리하여 이 단계에서 신체의 강조 및 생략할 부분을 정하게 되는데, 공부하는 마음으로 일단 전신을 다 모델링해 보았습니다.

그림 9. 인체 모델링 과정.

몸에는 기본적인 컬러만 입혀 보았습니다. 아직까지 많이 어색하지만, 이후로 계속 모델링을 수정합니다.

이런 식으로 모델링을 하게 됩니다. 이번 300 프로젝트 과정은 전문적인 지식보다는, 전체적으로 CG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는가 맛보는 글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ThEnd.

 

posted by cimple 2009. 2. 1. 20:54

역시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무엇하지만,
또 다른 말로 하기에도 무엇하기에 그냥 작품이라고 말해둡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한 얼굴.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한 타이포그라피. 십자가-죄-사랑을 주제로 만들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작업한 정보디자인. 집을 떠나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았던 경험이 많아서,
살아왔던 기간은 색으로, 숟가락의 갯수는 함께 살았던 사람, 숟가락의 색깔은 함께 살았던 사람들과의 친밀도를 표현합니다.
전체적으로 '밥솥, 밥숟갈' 이라는 메타포를 사용해서 '동거동락' 이라는 주제로 만들었습니다.
(원래는 동고동락이 맞지요?)





이런 식의 패러디 물은 취미로도 무수히 만들었었는데... 남은 것은 이것뿐이네요.
전역하고 나서 의욕에 불타, '패러디' 에 대한 주제의 레포트 표지를 패러디로 만들어 보는 짓을 해 봤습니다. 아래에 적힌 글을 보니 참 민망하네요. ㅡ_-a;;

ThEnd.